습관

by 물빛

건강이 나빠진 후로는 몸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레몬물을 마신다거나, 녹색스무디를 마시는 것 같은 식이부터 시작했다. 저염식은 이미 오랜 식습관이고, 친정아버지의 당뇨로 인해 당분이 든 음식도 거의 먹지 않는다. 저탄고지를 권하는 이들이 많지만, 내 병력을 아는 여성의원 선생님은 그걸 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먹어서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기운을 내고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건강에 직결되는 다음 것은 당연히 운동이다. 몸이 급격히 나빠짐을 느꼈던 때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수술해서 움직임을 삼가야 했던 3개월 정도를 제하고는 거의 주 2회 수업을 진행했다. 요즘은 학원 사정으로 주 1회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쉽다. 처음에는 동작이 크고 활동량이 많은 것은 무리라, 누워서 하는 유산소와 근력 운동부터 시작했었다. 한 번에 30분 걷기도 무리였던 몸이었다. 꾸준히 몇 년째 하다 보니 느리지만 근력이 생기고 있다.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동작을 해내면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주신다.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해주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지곤 한다.


갑상선 수술 후 체중증가로 내분비내과 선생님이 체중조절제를 처방해 주었다. 갑상선호르몬제인 씬지로이드를 먹지만, 나는 하시모토 갑상선염도 갖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상태라 식이와 운동만으로 체중감량이 어려웠다. 1년 반 유지 후 목표체중에 근접하면서 1월에 약을 끊기로 했다. 다시 급격히 체중이 증가할까 싶어서 선택한 것은 저녁식후 걷기였다. 체중이 줄어들면서 하체 통증이 줄어서 걷기도 꽤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된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만큼 걷다가, 차차 속도를 높여갔다. 속도가 빨라지면 거리를 늘려갔다. 그렇게 건강을 위한 습관을 잘 자리매김했다. 비가 와도 실내에서 걸을 수 있었고, 매일 낮의 일정이 바뀌어도 밤에는 거의 일정한 시간에 걸을 수 있도록 조정이 가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호르몬들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남겨준다. 이번엔 여성호르몬이었다. 필요해서 처방받았던 여성호르몬은 급격하게 체중증가를 불러왔다. 연쇄작용으로 혈압의 상승도 잇따랐다. 습관으로 자리 잡은 걷기로도 해결될 수 없는 호르몬의 습격이었다. 담당 선생님들은 처방약을 재정비해 주었다. 약의 부작용으로 새로운 양상의 편두통도 동반했다. 걷기를 잠시 멈추어야만 했다.


다시 바꾼 약은 다행히도 안정적이다. 6개월 정도는 호르몬이 안정화되어야 해서 그냥 지켜보았다. 또다시 체중조절제를 처방받았다. 혈압약과 함께 복용하니 혈압도 체중도 함께 뚝뚝 떨어졌다. 약의 용량을 다시 정비하다가 여름에 체중조절제를 중단했다. 멈추었던 걷기를 시작했다. 무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한 숨이 차오를 만큼 걷는다. 체중이 오르면 혈압이 같이 높아질지도 모른다. 한 고비 넘어갈 때마다 고려해야 하는 변인이 늘어간다.


또다시 호르몬이나 다른 약의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걷기를 하던 습관은 내가 좀 더 건강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멈춘 동안에도 그 느낌을 기억했다. 어느새 겨울도 깊어간다. 바닷가라 바람이 무척 차다. 겨울의 부산 기온은 서울보다 높지만,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얼추 비슷하다. 첫눈이 내렸다는 어젯밤은 부산도 무척 추웠다. 그래도 운동화 대신 어그부츠를 꺼내신고, 작은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추위에도 동동거리며 속도를 내어 걷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예쁜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차가운 날씨 덕분인지 밤윤슬이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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