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by 물빛

가을이 되면서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기가 어려울 만큼 서로가 바빠졌다. 국민학교와 중학교 동창인 우리들은 고등학교를 제각각 다른 곳으로 배정받으면서 연락이 뜸해졌었다. 휴대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아주 가끔 편지를 쓰는 일이 있긴 했어도 이내 그만두어야 했다. 친구들의 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슬프게도 엄마의 방해가 있었다.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다시 만난 우리들은 그 당시에는 자주 만났지만, 다시금 각자의 일상으로 바빠졌다. 대신 현대 문물은 이전처럼 연을 끊게 놓아두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SNS를 통해 일상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휴대폰으로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 타지에 있으면 그마저도 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고향인 부산에 있는 친구들은 생일이 있는 주간엔 잊지 않고 만난다. 올해는 각자에게 변곡점이 되는 해라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한 템포 망설이다 하곤 한다.


지난 주말 동안 부모님과 저녁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온 참이라 어른들이 맛있는 저녁을 함께 하고 싶어 하셨고, 사무실에서 잠시 봐드려야 할 일도 있었다. 한참 식사를 하던 중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로비에 무언가 맡겨두겠다고 했다. 작은아이에게 운동하고 돌아오는 김에 로비에서 물건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지친 상태로 귀가한 나를 맞아준 것은 친구가 전해준 선물꾸러미였다.


몇 년 전 친구의 동생이 베이킹을 배웠다. 인스타에 게시할 때마다 정말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종종 만든 것을 친구를 통해서 나누어 주곤 했다. 이번에는 딱 보아도 슈톨렌 같았다.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니 직접 동생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얼마나 정성 들여 만들었을까?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내는 과정이 꽤 복잡한 빵인데, 동생은 영업이나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만들고 있다.


드디어 오늘 크리스마스이브

작년까지는 크리스마스에 큰아이가 좋아하는 파네토네를 주로 먹었다. 올해는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슈톨렌을 준비해야지 싶어서, 서울에 갔을 때 하나 사온 참이었다. 지난주에 만들어 둔 글리바인을 데우고, 슈톨렌도 종류를 다 꺼내어 잘랐다. 마지팬이 동그랗게 잘 자리 잡고 있고, 오물거릴 때마다 씹히는 럼에 절인 견과와 말린 과일 맛이 조화롭다. 동생이 만들어준 것이 조금 더 부드럽고 다정한 맛이 나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우리 가족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으로 관련이 없는 날이라 특별히 선물을 주고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산타의 따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내 친구도 친구 동생도 포근하고 따스한 겨울을 지내기를 바라본다. 우리 새해를 맞으면 다시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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