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by 물빛

페북에서는 과거의 오늘을 알려준다. 몇 년간의 과거의 오늘을 보니 한해도 빠짐없이 떠들썩했다.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절친들이 생겼고, 2학년 때는 요리동아리를 만들었었다. 그전부터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는 것은 일상적이었지만, 요리 목적으로 집에 매주 오게 되면서는 아이들이 제 집 안방인 듯 편안하게 지냈다. 시커먼 녀석들이 거실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와서 이벤트로 무언가를 만들어 먹었다.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는 것은 기본이고, 스웨디쉬 미트볼도 만들어먹고, 고기나 치킨파티를 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입시를 끝낸 기념으로 로쿠진 파티를 했었네. 작은 아이는 쿠키에 페퍼론치노를 넣거나 통후추를 넣는 등 다양한 변형을 해서 형들을 골려주려고 묘안을 짜내기도 했었다.


올해는 무언가 조용한 것이 좀 낯설었다. 이 녀석들이 올해는 큰 아이가 집에 없으니 제각각 집에서 PC에 디스코드를 켜고 떠들기로 결정했단다. 각자 원하는 술 한잔씩 마시면서…. 작은 아이의 부연 설명을 듣자니 우리 집에서 모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단다. 하지만, 아이들 몇몇이 용돈을 아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단다. 그럴 만도 하지. 다음 달이면 큰 아이가 방학을 할 것이고, 이 멤버 중 세 명이 아이가 있는 일본으로 간다. 눈이 잔뜩 쌓이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동네에서 대체 무엇을 할는지는 몰라도 3주간이나 체류할 계획이다. 그 후에는 모두 부산으로 돌아와 함께 바에 갈 계획을 하고 있다. 지난번에 가지 않았던 친구들도 궁금해해서 여러 번 나누어서 가야 하는 걸까 고민들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작은 아이는 쿠키를 구웠다. 어릴 때처럼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모양을 내진 않고 동그랗게 쿡쿡 찍어서 구웠다. 진저쿠키. 초코칩쿠키. 벚꽃쿠키 3종 세트다. 아무도 안 오는데, 양을 보니 평소보다 훨씬 많이 구워내었다. 아이 말로는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야금야금 먹을 거라는데, 아무래도 며칠 후에 방학실을 할 테니 학교에 가져갈 듯하다. 또 반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겠지.


큰 아이가 없어서 편하고 조용한 휴일을 보냈다. 나도 모르게 점심 식 후에 낮잠도 잤다. 여전히 깨있는 시간에는 "엄마, 어쩌고저쩌고~' 하며 평소처럼 줄곧 통화 중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 익숙해져야 할 느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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