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챙기려고 기내용 가방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2주간 찾아 헤매던 돋보기안경이 거기 있는 게 아닌가.
지난 서울 일정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정리를 했더랬다. 선글라스와 돋보기를 같은 위치에 넣어왔는데, 이상하게 선글라스만 있었다. 가방을 열었던 거실을 다시 청소하고 정리하고 구석구석 헤집어보아도 돋보기는 없었다. 방학도 되었고, 병원 일정도 계속 있던 연말이라 한동안 책을 좀 멀리할 구실이 되었지만, 대체 어디 있는 건지 머리만 굴리던 참이다.
남편이 갑자기 온다기에 급히 통영행을 결정했다. 1년간 가지 못해서 남편은 통영앓이 중이었고, 이때를 놓치면 또 가족이 함께 움직이기엔 무리가 있다. 아침에 준비해 둔 것들을 넣으려고 가방을 여는데, 지퍼를 열자마자 뭔가 툭 떨어졌다. 안경케이스도 검정이고, 가방 안감도 검정이라 다 꺼냈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선글라스와 함께 자리로 이동한 줄 알았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작년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때의 주인공은 선글라스였다. 세차장에 차를 맡겨두고 선글라스를 끼고 근처의 스벅에 갔다. 주문을 하고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는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정리를 하고 나오려는데 선글라스가 없는 것이었다. 흐음. 되짚어보자. 차에서 내릴 때 안경집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다 안 챙겼었지. 주문을 하고 노트북 세팅할 땐 벗어두었는데… 대체 어디 있지? 테이블 주변을 다 살펴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아도 분실물로 들어온 것은 없다. 혹시 차에서 나설 때 안경집에 넣어둔 걸까?
머릿속은 선글라스로 가득 찼다. ‘아아. 새로 살 때가 된 건가. 오래 쓰긴 했어. 그래도 차에 있겠지? 쓰고 온 게 맞다면 이렇게까지 안 보일리가 없잖아.’ 머릿속 전쟁에도 불구하고 차에 있는 안경집에도 없었다.
스벅 연락처를 검색했지만, 지점 직통 전화번호는 없었다. 대표번호로 연결되니 운전 중에 통화를 하는 건 어려웠다. 저녁에 가까스로 앱에서 고객센터를 찾아 문의글을 남겼다. 보기는 하는 건지, 어떻게 진행이 되는 건지 좀체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했다. 정말 새로 장만해야 하는 건가. 좀 많이 아까운데. 이런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던 차에 이틀이 지나고서 답글이 올라왔다. ”지점에서 보관 중이니 언제든 찾으러 오시면 됩니다. “ 서둘러 지점에서 보관된 선글라스를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 워낙 가벼운 거라 어쩌다 떨어뜨린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 보다.
기억은 참 잔인하다. 내가 모두를 기억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선별해서 기억할 수도 없다. 각자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은 어딘가 조금씩 조작된 오기억의 모둠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만 완벽해 보이는 기억의 오류. 그래서 무언가를 강력하게 주장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스스로부터 검증이 필요하게 되는 순간이 몰려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