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은 회사라면 시무식을 하는 날이다. 업무의 시작을 열기 위해서 세차를 하러 갔다. 차량은 내가 이동하는 동안 늘 지내는 공간이니까 중요하다. 사무실을 그만둔 후로는 세차장에 갈 때마다 근처 카페에서 주로 강의를 들었다. 오늘은 브런치에서 새로 오픈한 독서클럽을 경험해 보았다.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독서토론회를 위한 독서이기도 했다. 실은 아주 조금밖에 못 읽었다. 새로운 약에 대한 기전과 부작용 그리고 대처법에 대해 찾아보느라 시간을 많이 소요했다.
실은 사무실에 갈까 고민을 했었다. 연말연시에는 각종 장부를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엄마는 여전히 수기장부를 필요로 하시지만, 효율을 위해서는 전자장부도 필요하다. 매년 새로운 장부를 미리 마련해 두곤 했는데, 무엇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것인지 기억이 안 났다. 며칠 전에 언급했는데도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늦게서야 전화가 온다. 이제는 좀 단호히 내 일정을 우선시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 지점이면 더더욱 느끼게 되는 시대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일정 부분은 따라야만 한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스텝이 꼬이지 않게 발맞추는 법도 연습해야 하는 법이다. 작년 파일들을 정리해서 하나로 묶고, 새로운 파일을 생성한다. 그 과정에서 빠지거나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미 만 10년이 지난 일이다. 부모님은 내가 이 일을 놓는다는 것의 의미를 이제야 얼핏 짐작하기 시작한 것 같다. 소통은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인데...
20년 이상 거래해 온 세차장이라 사장님께서는 융통성 있게 시간 조율을 해주신다.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다고 했더니 좀 서둘러 끝내주셨다.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책을 바로 덮었는데. 브런치 독서클럽의 기록은 처음이라 생각보다 빨리 덮어지질 않았다. 새로운 일은 하나씩 확인해 가며 익히면 되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익숙해진다. 작년의 오늘이 떠올랐다. 무척 심란하고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두 분의 상황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전에 내게 했던 태도 때문이었다. 나는 좋은 마음으로 도와드리면서도 그 기억에 속상하고 화나는데, 여전히 모르시는구나. 어떤 기억의 편린은 나를 찔러댈 수 있지만,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서로 다르게 잊는단 말이지. 언제까지 반복될는지 나만 답답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죄어왔었다.
카페를 나와 세차장까지 걸으며 유독 차가운 공기를 맞으니 머리가 개운해졌다. 독서를 조금밖에 못했던 게 아쉽다. 깨끗해진 차를 타고, 새로 주유를 그득 하고 나니 마음도 좀 펴진다. 역시 시작하는 데에는 청결함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