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by 물빛

새해의 첫날이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처음 연말을 보내러 서울에 갔을 때부터 새해를 맞는 자기들만의 의식을 만들었다. 연말연시 보신각 타종행사를 하는 것에서 착안한 것인데, 웃기고 귀엽다. 다름 아니라 졸린 눈을 비비며 카운트다운을 하며 기다리다가 12시 땡 하면 미리 준비해 둔 컵라면을 먹고 자는 것이다. 그 해 이후로는 거의 매년 서울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연말을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둘째의 방학이 너무 늦었다. 한해의 마지막날 겨울방학식을 했을 뿐 아니라, 첫째는 해외에 있어 그냥 부산에 머물기로 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PC 앞에서 여전히 자신들의 의식을 치렀다. 둘째는 친구들과 디스코드로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밤새고 함께 새해 일출을 본다며 동트기 전에 해운대 바다에 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큰 아이도 없고, 친구들은 추위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동트는 건 창가에서도 볼 수 있다며. 일출을 볼 욕심에 밤을 꼬박 새웠으니 늦잠을 좀 자야겠지. 새삼 첫째가 집에 오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혼자 씩씩하게 아무 일 없는 듯 지내는 아이인데, 연말연시를 맞으니 문득 외롭고 쓸쓸함이 느껴지나 보다. PC 앞에서의 북적임이 현실만 할까.


나는 어제 코칭모임을 늦게까지 했다. 같이 공부하는 부리더 선생님과 따님과 함께 분석지를 한참 들여다보고 돌아오는 밤이 춥지만 참 기분 좋았었다. 모임 때문에 아이의 영어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것은 좀 아쉬웠는데, 오후에 선생님의 연락이 왔다. 연말 선물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책을 다 읽으셨단다. 펫로스에 관련한 책으로 수의사와 정신과 의사 선생님 두 분이 쓴 책이다. 영어 선생님은 작년에 펫로스로 엄청난 고통을 느꼈고, 알 수 없는 통증도 계속 생기는 상태이다. 책을 읽으며 자신이 느꼈던 것을 상세하게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어제 추위에 좀 무리를 해서인지 영어선생님과의 짧은 대화 후에 잠이 들었다. 그냥 평범한 휴일이 아니라, 낮이 사라진 새해 첫날이다. 둘째가 계속 들여다보며 깨우려고 시도했었다고 한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일어나 지지 않는 날. 새롭게 시작한 약의 부작용인가. 계속 졸린다. 게다가 조금 더운 기분으로 잤다. 덕분에 잘 쉰 거겠지. 좀 늦은 저녁을 먹는데, 따스함이 온몸에 퍼지며 이래도 될까 긴장했던 마음이 녹았다. 올해도 그냥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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