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큰 아이가 일본으로 가서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와는 비슷한 듯 다른 일상이 펼쳐졌다. 가족이 넷인데, 집에 머무르는 이는 둘이라 일상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세 사람의 연락으로 귀가 왱왱거리는 것은 똑같다. 우리 집 세 남자는 모두 수다스럽다.
여름의 끝에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되면서 우울감이 심했다. 수술 후 처방약에 항우울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처음에는 발끈했다가, 내 감정이 우울하니 필요한 약이구나 곧바로 인정했다. 한 달 정도 쉬는 시간을 지낸 후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년 전에 열어두고 접었던 브런치. 그때엔 없던 브런치북도 생기고, 응원이니, 멤버십이니 하는 유료 서비스도 생겨있었다. 추석 연휴를 맞으며 브런치북을 열었다. 이전의 매거진은 좀 더 안정이 되면 다시 연재해야지 싶다. 어쩌면 그냥 글을 쓴다는 것은 일기를 써도 되고, 이전의 경험처럼 에세이북을 묶어주는 서비스를 활용해도 된다. 그런데 조금 궁금했다. 내 사사로운 글에 반응하는 분들이 계실까?
놀랍게도 첫 글을 올리자 라이킷을 눌러주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댓글을 남겨주시는 작가님들을 통해서 이곳에서도 다른 SNS처럼 마음 나누기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글로 통하고 글로 공감한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보지 않고도 곁에 있는 것 같고, 글을 쓸 때 각각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백일 간은 매일 에세이 하나 쓰기를 유지하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했는데,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하다 넘기기도 하고, 역시 몸이 말을 안 듣는 날은 펑크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30개 단위로 마무리하는 브런치북의 특성상, 네 번째 브런치북을 시작하는 시점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은 좀 남달리 느껴졌다. 더불어 그날 구독자가 100명이 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다.
아침에 분주히 아이 등교준비를 하다가 온 알림을 보고, 소리 없이 혼자 웃었다. "팔로워가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크리에이티브로 활동하시는 모든 작가님들이 거쳐 간 하나의 작은 이벤트일 테지만, 무언가 성취감이 느껴졌다. 올해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기분이다. 스스로 정한 것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깊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것을 나에게 적용할 생각은 이제야 했지만.
내년에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해야 한다. 그전에 조금만 더 건강해지자.
소소하고 별 재미는 없는 제 글을 구독해 주신 100분의 작가님들
공감해 주시고 함께 울고 웃어주신 독자님들
모두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더욱 많은 복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