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by 물빛

예전 유명했던 영화들을 극장에서 재개봉하곤 한다. 가보고 싶다고 여기다가도 이내 여러 핑계를 대며 움직이지 않던 일상이다.


영화광이라고까지 할 순 없어도 개봉되는 영화는 찾아보곤 했는데, 아이를 가진 후로는 극장에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가더라도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마블, 디즈니 같은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발걸음을 삼가던 극장에 모처럼 가서 처음 본 영화가 오펜하이머였다. 특유의 민감하고 섬세한 주인공인 그를 표현하기에 그 음악들은 너무 적합했지만, 나는 귀가 불편하고 힘듦을 느꼈다. 더더욱 극장방문을 줄이게 된 계기였다. 그럼에도 가끔 아이들이 원해서 함께 나들이하는 것이 즐거웠다.


작년 이맘때였나. 모처럼 엄마가 보고 싶은 게 있다며 아이들을 이끌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처음 개봉 했을 때는 당시 남자 친구이던 남편과 보았었고, 이번에는 30주년 재개봉작으로 본 것이다. 안타깝게 고인이 된 아름다운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여주인공인데, 1인 2역을 했다. 모두가 기억하는 홋카이도의 설산에서 외치는 ‘오겡끼데스카’와 소년 이츠키의 도서관 커튼씬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첫사랑과 러브레터. 달콤하고 멜랑콜리한 말이지만, 사랑에 대한 상식은 사랑은 언제나 아픔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첫사랑은 짝사랑인 경우가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처음이다 보니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고,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런지도 잘 모르고 서툴러서 엉뚱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첫사랑에 대한 정의는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처음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의미만큼은 변함없을 것이다. 그를 사랑했던 마음을 정리하는 그녀도 이제서야 그의 마음을 인지하는 그녀도 모두 아프다. 내가 첫사랑이라고 말하고 다니던 친구는 첫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의 미련 같은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롭게 그의 마음을 알게 된 그녀에게도 녀석의 그 정의가 적용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인 것을...


30년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어쩌면 다정하게도 느껴졌던 장면이 지금은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세월이 지나면서 시대적인 인식과 상식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렀다. 성감수성에 대한 의식이 많이 교육되고 향상된 덕분일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상식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변하는 상식도 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언어처럼 말이다.


영화가 어땠는지 물었더니 한 녀석은 영화를 제작한 핸드헬드 기법에 감탄하고, 한 녀석은 눈이 많이 오는 모습에 봄이면 일본으로 떠날 형제를 미리 걱정했다. 영화를 보았는데, 내용보다는 프레임에 더 관심이 많은 감성 낮은 녀석들이라니 앞으로가 걱정이 되었다. 사랑도 해보아야 할 텐데...


오겡끼데스까...


사랑과 슬픔이 응축된 이 짧은 대사에 담긴 의미를 그 사람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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