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by 물빛

드디어 매일 에세이 쓰기 100번째 글이다. 브런치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정한 100일 릴레이 에세이 쓰기. 혹여나 하는 마음에 주기를 주 5회로 잡았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 10월 4일에 시작해서 오늘 1월 14일. 꼭 100일이면 좋겠지만, 건강상태로 이틀 미루어졌다. 대신 덕분에 날짜가 맞춰진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


사실 아직 외출하기 좋은 상황이 아니지만, 지난주 갑자기 잡은 일정으로 잠시 다녀왔다.

“물빛씨, 부산 가는데, 14일에 볼 수 있을까요? “

“언니이이이! 당연하죠.”

일 년 만에 상해에서 온 톡이었다. 언니는 3년 전 내 생애 첫 일탈(?)을 이루게 해 준 주인공이다. 부산에 오셔서 같이 밥 먹고 차를 마셨던 잠깐의 시간이 너무 아쉬웠었다. 그러다 카페에서 본 ‘자주 봐요 우리. 정들게’라는 문구를 보고서 언니가 상해에 돌아가기 전에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연락을 했더랬다. 그리고 당일로 분당여행을 했었다.


점심으로 언니가 요청한 생선구이를 먹으려고 매장에서 바로 보기로 했는데, 조금 빨리 도착하셨다고 위층 카페에 있겠다는 연락이 왔다. 광안리의 3층 식당 위 4층 카페.

들어선 순간 탁 트인 광안리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언니는 바다를 향한 좌석에 앉았다가 내가 들어서자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스 자리는 바다가 액자가 되어 마음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언니의 큰아들이 취업했는데, 부산발령이라 집을 구하러 오신 것이었다. 큰아들은 지난번에 함께 만났었는데, 혼자 해외생활을 하다 귀국하자마자 부산으로 오게 되었다. 언니는 하루 만에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마음 한 곳에 물빛을 자주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자주 봐요 우리. 정들게”


해마다 한국에 들어오시지만, 다른 일정 없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보통 애정을 갖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아들 덕분에 부산 친구를 좀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들뜬다는 언니. 넘 사랑스럽지.

내가 언니를 만나러 분당에 갔던 것도 큰 용기를 낸 일이었다. 그 일은 내가 혼자만의 여행을 종종 다닐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같이 밥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수다를 떨다가 시간을 놓쳤다. 언니는 오후 기차를 타야 했기에, 오늘은 밥은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의 기대가 있으니 괜찮다.


좋은 사람은 좋은 기운을 몰고 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매섭던 추위도 살짝 가시고, 정말 화창한 날이었다. 낮에 잠시 한 외출에서 무척 기분이 좋아져서 저녁 식후에도 나가서 걸었다. 지난주 수술 후 처음이다. 바람 많은 우리 동네에도 바람이 좀 잦아들어서 동백섬까지 걷는데 뺨에 닿는 저녁 공기가 시원하기만 했다. 그리고 글을 써야지 하고 보니 100번째 에세이이다.


브런치북 하나가 글 30개로 완성되는지도 모르고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0개를 쓰려던 마음이었지만,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북은 완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나서는 조금 쉬어야지 싶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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