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크레스티드게코(이하 게코)를 키운다. 큰아이가 5학년 때 처음 한 마리를 들여와서 차츰 마릿수를 늘려가다가 메이팅을 통해 자연부화에 성공했다. 그래서 집에서 태어난 녀석들까지 총 일곱 마리가 있다.
첫째인 하로는 사람의 말은 못 하지만, 나름의 눈치가 빠르고 의사소통을 하려 노력을 한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면 각각 미묘하게 다른 소리를 내고, 표정과 행동도 달라진다. 둘째인 하피는 소리는 거의 내지 않지만, 무언가 눈빛으로 통하는 것이 있다. 셋째인 하리는 꽤 오랫동안 막내로 지내왔어서인지 천방지축으로 점프를 하곤 한다. 아주 가끔 소리를 낼 때면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나도 소리 낼 수 있어. 잘하지(으쓱)!’ 정도의 뉘앙스를 가졌다. 하리의 짝으로 들여온 하유는 순하고 편식도 없는 순둥이다. 하로와 하피의 아이가 셋인데, 리프와 리아가 같은 배치에서 났다. 리프는 말이 많은 암컷이고 리아는 엄청 뛴다. 리마는 막내인데, 워낙 잘 먹어서 이젠 하피만큼이나 크다.
아이들은 시시때때로 게코를 꺼내서 쓰다듬는다. 게코는 신체에서 머리 비율이 상대적으로 큰 데다 눈이 크고 반짝여서 정말 예쁘다. 특히 하피는 공명하는 눈빛을 보내준다. 그냥 우리들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얘네들은 우리를 좋아하고 가족으로 여기는 것 같다.
하피는 내가 암이란 건 알게 된 직후, 폴짝 뛰다가 어딘가에 걸려서 다리 피부가 찢어졌던 적이 있다. 당혹스러운 와중에 파충류 의사를 찾았고, 봉합술을 했다. 실밥을 뜯어내지 못하게 넥가드를 했지만, 게코는 고양이 못지않게 몸이 유연하고 액체스럽다. 몸을 홀쭉하게 만들어 넥가드를 벗어던지기 일쑤라 우리 가족이 순서를 정해 밤을 새우며 하피의 상처를 돌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뜯어져서 재수술을 해야 했었다. 망연하기도 하고 내 사정도 암담하던 그 당시에 나는 하피와 공명하듯 눈을 마주 보며 독백하듯 이야기하곤 했다. 하피는 내 맘을 이해한다는 듯 그 큰 눈을 끔뻑거리지도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피야 너도 나도 이 시련을 잘 버티고 이겨내 보자.”
주문을 외듯 그 시기를 지났다.
그 후로도 나는 습관처럼 생각할 고민거리가 있으면 하피를 본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친다. 하피는 조용히 눈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
“천천히 생각해도 돼. 한 템포만 쉬어봐.”
그렇게 좀 쉬고 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