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SNS 피드에 부산식 찹쌀꿀떡 광고가 올라오곤 했다. 백화점 떡공방에서 볼 수 있는 꿀떡 위에 견과도 뿌려진 고급스러운 아이가 아니라, 옛날 재래시장 안의 작은 떡집에서 팔던 떡이다. 찰떡을 세모나게 잘라 그 위에 흑설탕 시럽을 도톰하게 발라 놓은 것 말이다.
원래 떡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데다 악관절염이 있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딱딱하거나 끈적한 식품은 기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광고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왠지 옛 생각이 나서 장바구니에 넣을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은 안 샀었다. 얼마 전에 백화점에 갔더니 식품 매장 한켠에 떡공방이 있었다.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절편이랑 송편을 고르고 계산대로 가려다가 꿀떡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꿀떡을 두 개 집었다.
어릴 적 꿀떡을 발견했던 것은 나만의 신세계 같은 느낌이었다.
6학년 말미에 반에서는 문집을 만들었다. 모두가 한 두 편의 글을 썼다. 그때는 자금처럼 프린터가 보급되기 전이었다. 방과 후에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대학가 인쇄소에 다녀오곤 했다. 문집을 만들기 위해서 인쇄용 모눈종이에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모둠작품을 가져가서 인쇄 의뢰를 하고 가본이 나오면 찾아서 선생님께 갖다 드리는 일이었다. 인쇄소는 집에서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문집이 완료되기까지 몇 차례 다녀와야 했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다녀왔는데, 다음번에는 버스를 타고 갔다가 걸어서 돌아오곤 했다. 지금은 그 대학교도 이전하고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되었지만, 인쇄소에 간 김에 대학교에서 슬쩍 들어가서 걸어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골목 누비다가 시장을 발견했다. 엄마랑 같이 가본 적 있는 치과의 뒷골목이 재래시장이었던 것이다.
왁자한 시장에서 장 보는 어른들 틈에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떡집에 그득 쌓인 떡들 중에 처음 본 것이 있었다. 까뭇까뭇하고 반지르르한데 달콤한 냄새가 났다. 그게 바로 꿀떡이었다. 집에서 떡을 하면 늘 시루떡이거나 모둠떡이었다. 속재료는 다른 것을 넣기도 했지만, 달라지더라도 형태야 별 다를 거 없으니까 지루했다. 떡에
강낭콩을 넣거나 땅콩을 넣거나 어린 눈에는 그게 그것 같은 느낌이었던 거다. 표면 가득 덮인 꿀이랑 달달한 냄새에 이끌려 어느새 내 손엔 떡 두 개가 있었다.
‘늦은 오후 시간에 버스비도 아꼈잖아. 간식 하나 사 먹어도 되지.’
그러면 뭘 하나. 시장통 떡집에는 어디 한구석에 앉아 먹을 공간도 없었다. 버스정류장 벤치도 없을 때였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꿀을 줄줄 흘리며 먹을 주변머리도 없는데, 무슨 마음으로 그걸 샀는지… 떡이 든 봉지를 들고 길을 걷다가 앉을 벤치 하나 못 찾고 골목골목을 뱅글뱅글 돌아다녔다. 몰래 혼자 떡을 먹는 완전 범죄는커녕 집까지 그냥 들고 돌아갔더랬다. 그 후로도 생각은 나지만, 막상 사거나 먹지는 않는 음식 중 하나가 꿀떡이다.
호기롭게 두 개를 사 왔는데, 아침에 먹으려고 보니 포장 하나에 80g이다. 그냥 하나만 먹어야겠다. 옛날 그 맛처럼 흑설탕을 먹는 것처럼 진하게 다디달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모처럼 수십 년 전 추억 길어 올리기는 완료.
곧 친구 생일이 코앞이라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