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by 물빛

큰아이 친구들이 아이가 있는 일본의 야마가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미 몇 달 전에 일정을 정하고 비행기 티켓팅도 해 둔 상태였다. 아이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고, 친구들이 숙박비를 안 내는 대신 머무르는 동안 식자재 구매를 몽땅 담당하기로 합의했단다. 아이가 있는 곳은 부산에서 출발해서 바로 갈 수 있는 직항이 없다. 인천을 경유해서 가던가 일본의 국제공항을 경유해서 일본 국내선으로 환승해서 가야 한다.


지난 수요일은 친구들이 큰아이가 있는 곳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경유지로 오사카를 선택했고, 오후에 출발해서 오사카 1박 후 센다이로 향하는 노선이었다. 화요일 오후, 아이 전화가 와서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웃어제꼈다 이 녀석들이 김해공항까지 가서 수속하려다 비행기 출발일정을 잘못 기억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도착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수요일이, 실은 부산에서 출발하는 일정이라 출국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 모두 허탈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수요일에 다시 공항에 가서 출국에 성공했고, 목요일에 센다이에서 만나게 되었다. 큰아이는 처음에는 센다이 시내에서 만날 거라더니, 행태를 보아 친구들을 믿을 수가 없다며 공항까지 데리러 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얘네들의 일본 여행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 입시를 끝내고서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었다. 일어를 하는 큰아이가 전체 가이드를 맡았고, 중학교 때부터의 친구들 다섯과 작은 아이까지 총 여섯 명이 멤버였다. 이번에는 그중 셋이 떠난 참이다. 해프닝을 보니, 그 당시의 단톡방 이름이 ‘일본어 하는 셋과 머저리들’이었음이 떠올랐다.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모으고, 싼 비행기표를 알아보느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까지 참 기특했는데 말이다. 아이들은 평생 놀릴 거리가 생겼다며 희희낙락했다.


큰아이는 센다이에 간 김에 하루는 센다이 관광을 하기로 기획했다. 역 근처의 시장도 둘러보고, 그곳의 유명한 먹거리인 규탕(우설) 요리를 먹었다. 친구들을 아이가 좋아하는 아쿠아리움에도 데려가서 모처럼의 해설사 노릇도 톡톡히 했단다. 새벽부터 나선 스무 살들은 센다이에서 야마가타까지 가는 기차에서 선잠을 자고, 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 시간 남짓 잤다고 해도 피곤들 할 텐데, 역부터 집까지 걸어가느라 밤이 되어서야 도착해서 녹초가 다 되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고, 그날도 새벽부터 눈이 와서 쌓여 있었는데, 역 앞은 깨끗이 정비되어 있어서 택시를 탈 생각을 못했단다. 도보 50분 거리를 80분 가까이나 짐을 들고서 낑낑거리고 걸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는 잠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설왕설래하며 또 왁자 왁자 얘깃거리를 만들어 내었다.


눈이 계속 와서 먼 곳으로 구경 다니기는 불편할 테지만, 친구들은 이내 그곳의 생활에 녹아들고 있단다. 장을 보거나 가벼운 외출조차도 편도로 최소 도보 30분 걸리는 곳임을 받아들였고, 눈이 펑펑 내리는 때는 집 안에서 각자 뒹굴며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큰아이가 요리한 음식을 군말 없이 먹고, 누구는 설거지를 누구는 청소를 하고 빨래를 갠다. 편의점에 가는 길에 동네 공원에서 입은 옷 그대로 눈썰매를 타고, 세상 맑은 얼굴로 웃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소도시에서의 생활은 생각하던 여행과 달라서 무료하게 여길 법도 한데,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한다.


큰아이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도 나에게 전화를 자주 했다. 일본 생활을 하면서도 하루에 여러 번씩 연락을 했다. 아침에 깨면 전화하고, 사소한 일들로 연락을 하고, 때로는 “엄마 놀아줘요.” 하며 전화하던 녀석이다. 그런데, 친구들이 모이자 연락의 양상이 달라졌다. 하루에 열 번이 두 번쯤으로 줄었다. 대신 통화할 때마다 아들 넷이 동시에 ”어머니! 어쩌고저쩌고 “ 하며 재잘거린다. 동아리 활동하느라 차에 태우고 다니던 나보다 작던 아이들이 훌쩍 커서, 저들끼리 여행도 가고 술도 마신다. 새삼 청춘이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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