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

by 물빛

작년의 오늘 친구를 만났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하고 있던 그녀는 몇 달 만에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재작년에 대학입시를 치렀다. 입시일정은 9월부터 시작해서 지리하게 길다. 수시전형으로 일찍 확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시전형까지 모두 마무리하면 2월이 훌쩍 넘어서게 된다.


그녀의 아이도 내 아이도 여러 고비를 넘겨 가며 입시를 준비했다. 성별도 진로도 다른 아이들이지만, 삶이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하며 때로는 좌절하고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갖은 노력을 해왔다. 우리는 그 과정 모두를 곁에서 지켜봐 왔고, 아이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물심양면 지원했다. 우리는 함께 슬퍼하고 함께 격려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더욱 가슴이 미어졌다.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바로 내 아이도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향하는 마음은 하나다. 사랑한다. 목숨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한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이나 그 정도는 제각각 다 다르다. 친구는 우리 엄마가 참 강하다고 생각했단다. 우리 엄마. 참 강한 분 맞다. 타고난 기질도 강하고 힘들고 험난한 시기를 잘 견디고 이겨내신 분 맞다. 그런데, 아빠의 기질이 워낙 강하고 고집스러워서, 아빠와 관련되면 일이라면 모두 엄마가 몸을 낮추고 굽히는 전략으로 지내오셨다. 그래서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엄마의 방식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가 엄마라서 좋으면서도 늘 불편했다. 엄마의 방식은 나와 맞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감추어야 했다. 엄마에게 사랑이 있음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 모습을 보려 하지 않고, 나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것이 힘들었다. 나만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나는 엄마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이를 인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 보려고, 속마음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열고 아이를 품어주어야 아이도 마음을 열고 다가와준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소통을 할 수 있고 신뢰도 쌓을 수 있다.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유연한 관계. 그게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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