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특례

by 물빛

산정특례제도는 암, 뇌혈관, 심장, 희귀·중증난치질환 등 고액의 치료비가 드는 중증질환자의 본인부담금을 5~10%로 경감해 주는 국민건강보험의 제도이다. 병명이 확정되면 병원에서 신청서를 발급받아 국민건강보험에 등록하여 혜택을 받는다. 암은 5년 경과 후 완치판정을 내리는데, 산정특례 기간 동안은 진료비의 5%만 부담하도록 해주는 고마운 제도다. 그 기간 동안에는 일시적으로 장애인등록증을 발급해 주어서 연말정산 시에도 공제혜택이 있다.


사실 5년이라면 지난 8월에 산정특례가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의료 관련 이슈들로 인해 제 때 진료받기 어려움이 있는 환자들을 고려하여 특례기간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장해 주었다. 10월로, 12월로 연장되더니 1월이 되며 드디어 종료되었다. 갑상선암은 호르몬질환이라 여전히 진료를 보고 약을 먹어야 해서 겉보기에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이제 진료비와 약제비를 모두 다 내야 하고 연말 공제 혜택도 없어진다.


5년의 기간 동안 담당 교수님과도 익숙하고 친해져서 일상의 이야기도 간간히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담당 내분비내과 교수님이 출산 휴가를 다녀왔고, 연구간호사가 한 번 바뀌었으며, 이제 좀 소통이 익숙해진 연구간호사가 출산휴가를 내어 이번에는 만나지 못했다. 약을 처방함에도 일정이 관여해야 하는지라, 일정표를 확인하다 보니 교수님은 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음에 부러워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나오는 워킹맘의 마음이 오죽할까.


다행인 것은 갑상선은 초음파로도 호르몬 수치로도 안정적이어서 복용 양을 조절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수술부위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오랫동안 신경 써서 관리했다. 오전 중에도 오후에도 쉬지 않으면 일상이 안되던 삶에서 이젠 종일 움직여도 버틸 수 있는 정도로 체력도 올라왔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만큼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아침에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나기도 하고, 밤늦도록 작업에 몰두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물론 그 둘을 동시에 했다가는 다음날이 망가진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내게 암과 함께 왔던 건 자가면역질환이었는데, 떨쳐낼 수 없는 노화와 호르몬의 농간까지 더해졌다. 한 해는 임부처럼 부풀고 다른 한 해는 감량을 하고, 다음 해는 또 부풀고 그다음 해에는 또 감량을 단행해야 했던 기간 동안 피부상태가 나빠짐은 물론이고 얼굴을 지탱하던 근육도 힘을 잃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의 영역은 발전하고 또 발전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그래서 새로운 약을 복용하기로 해서 금주는 지속해야 한다.


연말정산 서류를 준비하다 보니, 새삼 지난 5년이 고마워졌다. 처음에는 삶의 안팎이 모두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는데, 오히려 그 시간 덕분에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경계를 세우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를 하게된 것이 제일 큰 수확이다. 산정특례는 끝났지만, 그 시간 동안 몸에 밴 태도와 습관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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