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by 물빛

행복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가족이라거나, 이순구 화백의 웃는 얼굴 시리즈나, 에바 알머슨 작가의 꽃밭 같은 풍성한 머리를 한 여인의 그림 같은 것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사랑스럽고 행복한 연속적인 모습들도 있지만, 오히려 한컷 한컷의 순간을 나타낸 비주얼 같은 그림이 더 떠오르는 것을 보면 어쩌면 사실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어릴 때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면서 보던 일반인 참여 에능프로그램에는 빠지지 않고 가족이 등장했다. 아주 다정하게 행복한 듯이 나와서 미리 연습한 모션과 구호를 하고 정해진 게임을 하고 웃는 과정을 보면서 궁금했다. 정말 행복한 걸까?


가족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정말 욕심인 걸까? 가족은 인간으로서 가장 처음 소속하게 되는 조직이며 애정이 기반이 되어야만 하는 특수한 조직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가정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자꾸 잊는 것 같다. 일반 사회와는 달리 혈연으로 묶여서 벗어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위아래가 역전될 수 없는 관계라는 점 말이다.


정말 사랑받고 자랐구나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 부모님이 어떤 분이실까 궁금하다. 어른이 되어서 사랑받은 티가 난다는 것은 흔들리기 쉬운 십 대에도 곁의 어른들이 감정까지 잘 보듬어 주셨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현명한 어른이 된다는 게 쉽지 않다. 아이의 마음을 감싸 안아주면서도 사회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어른의 할 일인 것 같은데, 주변의 어른들을 보면 마음이 내려앉을 때가 많다.


세대가 다르고 경험이 다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단지 나이 만을 앞세워 어린 사람이 무조건 잘못했고 버릇없다고 여기는 태도이다. 그것만큼은 정말 용납하기 어렵다. 세대와 나이를 떠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대인 관계는 누구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할 때 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언젠가 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화목한 가정을 꿈꾸지만, 적어도 내게는, 어른에게 어른다운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진정 욕심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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