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by 물빛

몇 년 전 발간되었었던 정혜신 선생님의 책 <당신이 옳다>의 필사본이 나왔다. 강의로도 책으로도 다독다독해 주는 이야기에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되었었다. 같이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했다.


가끔 필사를 할 때면 색색의 만년필을 쓰곤 했는데, 왠지 이 책은 연필을 쓰고 싶어 져서 전에 사둔 블랙윙 연필깎이를 곁에 두고 쓰기로 했다. 마음이 통한 걸까. 직접 만나서 주기 어려워 택배로 발송한 친구네에도 같은 색상의 연필이 이벤트로 구성되어 갔더라.


어젯밤 몇 장을 쓰는데, 내용 중 ‘집밥’이 있었다.

“육신의 허기뿐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집밥“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이 되고부터 매일 점심을 사 먹는 일상이 한껏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은 잠시였다. 실험실 생활을 시작한 3학년부터는 종종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 현대인의 만성 질병인 위염도 잠잠해지고 산등성이에 있는 학과 건물까지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니 일거다득이었다. 때때로 실험실에서 후배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 랩을 옮겼을 때는 밥을 해서 먹기도 했다.


집밥에는 맛있는 맛집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마력이 있다. 맛으로는 좀 투박하고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안정을 가져다준다.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재료를 준비해 다듬고,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따스한 마음이 스며들어서일지도 모른다. 정혜신 선생님도 말씀하신 마음의 안정.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3화미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