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큰 아이가 귀국한 지 딱 2주가 되는 날이다. 집에 원래 살던 가족이 돌아온 것뿐인데, 나는 내 일상의 루틴을 챙기지 못할 만큼 정신이 없다. 몸과 마음이 무리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귀국하는 날, 아이는 행여나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버스를 놓칠세라 밤을 새우고 나왔다. 한국도 꽤 추운 날들이었지만, 그곳은 눈이 내리기 시작해 1시간이면 20센티쯤 쌓일 정도였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50분 정도인데, 밤새 눈비가 섞여 올라치면, 여행가방에 기타를 메고 와야 하는 상황이라 낭패일 것이 뻔했다. 대로를 건너려면 육교가 최단거리인데, 땅이 얼면 건널목을 찾아 빙 돌아야 해서 일찌감치 나섰다. 새벽에는 차량이 거의 없어서 모른 척 육교아래의 자전거도로로 건넜다고 한다. 일본 들어갈 때 이용했던 이민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참이라 가방에도 기타에도 다리가 부딪혀 아프다고 투덜댔다.
아침에 작은 아이를 단속해 놓고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큰 아이에게는 만약에 엄마가 좀 늦으면 아빠집 근처에서 만나자고 일러두긴 했지만, 아이가 아프다니 계속 그 말이 왱왱거렸다. 인천공항까지는 5시간 남짓 걸린다. 일행 없이 혼자서 서울로 향하는 일은 처음이다. 게다가 인천을 찍고 가려니 마음이 분주하기만 했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짐도 한껏이어야 하지만, 아이의 짐이 우선이라 내 것은 최소화했다. 어쩌다 보니 설연휴가 끼어있는 때라 주말까지 서울에 머물다가 남편과 다 함께 집으로 돌아와야 할 참이었다. 도착예정 시간을 보니 휴게소를 몇 번 들렀다가는 아이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보였다.
부산 톨게이트를 벗어나자마자, 계기판에는 얼럿이 하나 떴다. 응? 냉각수가 부족하다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고, 속도는 100킬로를 유지. 휴게소까지는 거리가 좀 있는 상태이다. 얼럿. 어떻게 해야 하지? 망설일 시간이 없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평소에 남편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다. 남편이 언제 어떤 상황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은 문자로 전달하고, 남편이 여유가 생기면 전화를 준다. 즉, 긴급사태인 것이지. 놀란 남편이 회의 중이라더니 곧 나와서 다시 콜백을 한다. 내가 검색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니, 남편이 급히 알아보고 언양의 카센터 링크를 보내주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언양 시내로 들어가 카센터를 방문했다. 남편의 전화를 받고 준비하고 계시던 사장님. 냉각수를 가득 채워 넣어 주시며, 차를 샅샅이 살펴보시더니 서둘러 정비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냉각수가 샌 흔적이 남아있단다. 냉각수는 1/5 정도 남아있는 상태라 얼마 안 넣었다며 그냥 가라고 하시는 거다. 이른 아침에 이런 친절을 받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주위를 보니 호두과자 가게가 보여 들어가 얼른 한 상자를 샀다. 사장님께 명절 앞에 정말 감사하다며 새해 인사까지 드리고 돌아섰다.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사업 번창하시기를.
엄청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30분 여분 밖에 안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도착시간과는 조금 멀어졌다.
운전이 한 시간이 넘어가면 다리에 갑작스레 경련이 올 수 있다. 혼자 있으니 그런 일이 생기면 대처가 안된다. 그러니 휴게소를 안 갈 수는 없고, 식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어차피 장거리를 운전하면서는 졸음방지를 위해 무언가 주섬주섬 먹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식을 준비했다. 방울토마토와 오이. 이게 점심 식사가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만. 내비게이션은 가능한 빠른 길을 알려주지만, 평일 낮시간임에도 도로 곳곳에서는 사고들이 발생했다. 아이와 소통하면서 엄마가 늦더라도 공항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그게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는 쪽이었다. 여주를 지나고 인천에 들어서니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아이보다 한 시간 정도 늦었다. 아이는 도착 게이트에서 쓰러질 듯 서 있었다. 앉으면 잠이 들 것 같아서라고.
서울집으로 가는 길. 아이는 재잘재잘 말이 많다. 한 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 시간이 계속 늘어났다. 오이는 진작 다 먹었고, 토마토도 거의 다 먹었다. 배는 이미 부르지만, 입에 무언가를 넣어야 했다. 주섬주섬 초코도 넣고, 사탕도 넣고.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나서야 집 현관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커피와 주전부리로 배가 가득 찬 채로. 이제 쉬어도 되겠구나. 집에서 나온 지 꼬박 열 시간이었다. 내 체력. 이제 제법 쓸만해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