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by 물빛

고민 끝에 미용실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우리 가족이 다니던 미용실은 아주 오래된 인연이 있었다. 큰아이를 낳은 지 한 달여만에 같이 마트로 외출했다가 남편이 마트에 입점한 미용실에서 커트를 했다. 내가 아기를 안고 마트 푸드코트에라도 앉아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연을 맺은 헤어디자이너는 그 지점에서 막내였다. 디자이너를 단 지 겨우 두 달째였던가. 남편은 요즘 말하는 투블럭보다도 뒷머리를 짧게 치는 형태를 고수했어서 매달 머리 손질을 해야 했다.


사실 헤어디자이너는 이동이 잦은 편이다. 마음에 들어서 몇 번 가다 보면 디자이너가 이직하여 소식이 끊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럴 때면 참 난감하다. 새로 머리를 맡기려면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를 찾아서 스타일을 조율할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디자이너는 해가 갈수록 승진을 하다가 십 년이 지날 즈음 새 지점을 내면서 지점장으로 옮겨갔다. 자연스레 우리 가족 모두의 머리는 그의 손이 담당했다. 그 정도 되니 우리가 함께 옮겨가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잘 쌓은 오래된 인연이라 어느새 남편과는 형동생하며 지내게 되었다. 우리는 늘 그 친구가 승승장구하길 기원했다. 코로나 기간을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몇 년 전에 결국 개인 사유로 일을 그만두었다. 후임 디자이너에게

내 염색 레시피를 넘겨주었는데, 실력 있던 그 친구는 얼마 안 가 서울로 픽업되어 갔다. 그 매장의 또 다른 디자이너와 작업을 해왔는데, 지난겨울 컷을 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아. 다른 곳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구나.


인연을 맺고 끊는 일은 매번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에는 유효기간이 있는 경우가 많고, 새로운 연을 찾을 때는 좀 더 신중해진다. 여러 군데 소개를 받았는데

결정하고 간 곳은 커트 스타일을 오래 하는 언니가 추천한 곳이다. 십여 년을 꾸준히 만나는 선생님이고 펌보다 커트 위주로 진행한다고 했다. 오랜 기간 내가 예전 디자이너와 행했던 스타일이기도 했다. 이미 사전상담은 해두었고 거울 앞에 앉았을 때 디자이너는 머리 상태를 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내었다. 오호!!!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를 해서 스타일을 결정하고 앞으로의 일정도 상의했다. 그렇게 두 번 정도 염색을 했는데,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위치가 시외라는 것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작은 아이 커트를 하려고 집 근처 미용실을 수소문했다. 사실 우리 아파트 상가에는 미용실이 4개나 있다. 아이는 동네에 사는 반친구가 알려준 곳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들어서니 겉보기보다 안이 깊고 깨끗하게 잘 정비된 곳이었다. 아이머리 커트만 예약했는데, 혹시나 내 머리 염색을 할 수 있을지 물어보니, 잠시만 대기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간 김에 도전해 보는 거지. 실은 이곳은 시외의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염색약을 주로 쓴다고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염색을 하면서 펌에 대해 문의했더니, 지금 내 상태를 고려해서 이번은 패스하고 머리를 좀 더 길러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주었다. 염색 후 커트하며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시술 후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몇 번 더 해보며 의견을 조율해야 오래오래 잘 맞춰갈 수 있겠지만, 동네에 있는 것이라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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