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by 물빛

처음 야마가타에 가던 날, 센다이에서 타고 가던 열차에서 '山形 야마가타'라는 전광판 글씨를 보았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폰을 들었는데, 맞은편 남자가 씨익 웃으며 브이를 그렸다. 처음 보는데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말았지만 환하게 웃던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일이 좀 늦어져서 저녁 식사가 애매해졌던 날에 늦은 시간까지 오픈하는 가게를 찾다가 'Qui Qui Michael'이라는 흘림체로 써진 네온사인을 발견했다. 뭐 하는 곳일까 다가갔더니 피자를 중심으로 플레이트들을 판매하는 펍이었다. 가운데 크고도 깨끗해 보이는 화덕이 있고, 화덕 중심으로 빙 둘러앉는 바가 있다. 테이블도 몇 개 있긴 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은 채여서 바로 안내를 받았다. 처음 발견한 곳이라 기본피자인 마르게리따와 몇 가지를 주문해서 먹었다. 아이는 지금껏 먹은 피자 중 가장 맛있는 마르게리따라 극찬하였고, 우리는 정말 맛있게 식사했었다. QR이 있기에 찍어보니 인스타 연결이 되어서 팔로우하고 들어가서 피드를 살펴보다가 셰프님 얼굴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영업일을 보니, 우리가 오던 날이 휴무일이네. 그날 기차에게 마주 보고 ‘V‘ 하며 인사하던 이가 이곳 셰프님이라니. 역시 일하는 모습과 사생활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거리가 좀 있다.


대증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동네여서 렌트를 하고 다녔다. 일본은 운전석이 완전히 거울상 이성질체다. 둘째를 낳은 후부터 SUV를 주로 운전하다 보니 소형차를 모는 것도 어색했다. 해외에서 처음 운전하는 데다 좌우반전인 운전석은 적응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차를 받자마자 고속도로에 올려 센다이로 향했었다. 면허도 없는 아드리는 처음으로 운전하는 게 스트레스라는 말을 실감했다 하며 "엄마 차가 자꾸 왼쪽에 붙어요."를 외쳤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감에다 좌우반전에서 오는 당황스러움은 깜빡이대신 자꾸만 움직여지는 와이퍼에서 왔다. 매일매일 일이 더디고 느려지고 있는데, 돌아오는 길에 산길을 달리다 보니 금세 어두워져서 시야가 가물거렸다. 설핏설핏 눈도 오고 비도 왔어서 너무 추운데, 이곳 사람들은 춥지도 않은지 핫팩도 잘 안 팔았다. 춥고 배고프고 지친 얼굴로 또다시 찾은 꾸이꾸이 마이클.


신선한 채소스틱은 미소크림치즈와 잘 어울리고, 추운데 따뜻한 차를 내어주어서 몸이 따뜻해졌다. 온몸이 노골노골해지고 배부르고 기분 좋아져서 결제하고 나오는데, 셰프님이 문 앞까지 따라 나와 인사해 주셨다.

“다시 찾아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깜짝 놀랐다. 낯선 외국인이라 불편할 법도 한데, 우리를 기억해 주시고 인사까지 해주셔서 너무 기뻤다. 아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돌아오기 전에 한 번 더 갔었다.


저녁에 아이가 불쑥 사진을 보내왔다. 친구들과 지내는 여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눈도 안 오고 꽤 날씨가 포근해진 편이라 이웃 동네 절에 관광을 다녀온 참이라며, 꾸이꾸이마이클의 음식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아이는 혼자 지내면서도 주말이면 주말 특식을 먹겠다며 그곳에 방문하곤 했다. 셰프님은 아이의 식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주문을 하기도 전에 "OO이죠?" 할 정도로 단골이 되었다. 신메뉴를 개발하면, 아이에게 한번 먹어보고 맛을 평가해 달라고 할 만큼 친해지기도 했단다. 친구들과의 여행 막바지 외식으로 꽤 좋은 선택이지. 친구들도 만족했다고 하니 아이가 뿌듯한 얼굴로 전화도 해왔다. 좋아하는 사람을 단골집에 데려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너무너무 행복한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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