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by 물빛

공항은 설렘의 공간이다. 일상을 지내는 공간을 잠시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곤 하는 것이다. 게다가 공항대기실에는 면세점, 카페와 라운지들로 불빛이 반짝이고 여행객들로 분주하다. 게이트도 확인하고 항공권도 확인하다 보면 탑승시간이 다가온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항은 필리핀 마닐라 공항이다.

2018년 겨울에 아이들과 필리핀 바콜로드로 어학연수를 갔다. 여름에 클락에 갔던 경험이 있어서 필리핀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클락은 직항 편이 있어서 편했었다. 바콜로드는 필리핀의 수많은 섬 중에서 남쪽에 있는 섬인데, 마닐라에 가서 국내선 연결 편으로 갈아타고 가야 했다. 마닐라 공항의 국내선 터미널은 국제선 터미널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었다. 수하물은 바로 연결되었기에 기내용 캐리어와 배낭만 가져가면 된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마닐라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이었다. 아직 깜깜한 새벽이었어도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어서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 등의 가게들이 열려있었다. 탑승 시간은 오전 9시경이었고, 잠시 고민하다 무더운 바깥보다는 공항 내부가 나을 것 같아서 내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연결 편을 타는 것이 처음이라 수속이 걱정되기도 했다. 필리핀은 거리에 경찰과 보안들이 정말 많다. 공항이나 호텔, 백화점 등은 더더욱 많다. 항공권과 여권을 보여주고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 국내선 수속을 하기까지는 몇 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당황스럽게도 공항 내부에는 영업을 하는 매장이 하나도 없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오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양치와 세수밖에 없었다.

보안이 지키고 있고, 드나들기는 너무나 불편하고 번거로운 상황이었다. 벽면에 기대어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아이들과 잠들지 않으려고 끝말잇기, 스무고개 등 놀이를 몇 시간 동안 끝없이 했다. 겨우 수속을 하고 대기실로 들어갔을 때도 이른 아침이라 아무것도 없었다. 편의점 같은 매대조차 오픈하지 않아서 잠자코 기다려야 했다. 바콜로드행 비행기를 타고서야 마신 물이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아이들은 이륙도 하기 전에 잠이 들었다.




어제 발행하면서 실수를 했는지 브런치북 지정이 안되었었네요.

아무리 애써봐도 브런치 초보는 변경이 안되어서 이전글을 발행취소하고 재발행 했습니다.

라이킷 주셨던 작가님들께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 함께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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