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좋아한다.
아침 시간은 아주 바쁜 느낌이 든다. 미라클모닝을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예전부터 야행성인 나는 아침은 서둘러 씻고 길을 나서야 하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되고서는 더더욱 분주하다. 주말부부인 탓에 아이의 준비가 늦거나 날씨가 궂으면 학교까지 픽업도 내 몫이다. 행여나 아이가 아프면 병원까지 직행이지. 게다가 나는 아이가 둘이다. 둘은 음… 학교 스케줄도 신체 스케줄도 함께 움직여주지 않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큰 아이가 귀가한 후에야 비로소 내 시간이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변과 바깥의 소음도 좀 잦아들고, 대부분 창가의 불빛도 꺼진 시간. 밤이로구나. 이제 나는 조용히 하루를 되돌아보고, 내 생각도 정리해 볼 수 있겠구나.
체력이 좀 남아있는 날은 아이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니 가족이 모두 함께 식탁에 앉을 시간이 잘 나오지 않는다. 늦은 시간이지만 커피나 홍차를 따뜻하게 내려서 마시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남자아이들이지만 재잘재잘 이야기가 끊임이 없다. 때로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티타임을 요청하기도 한다. 대학을 가거나 언젠가 품을 떠나기 전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싶어서 기쁘게 한다. 솔직히 때때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그럼 어때. 아이가 행복한 얼굴을 보여주는데 싶어서 그냥 듣는다.
너무 피곤한 날은 그냥 침대에 눕는다. 듣고 싶은 강의나 영상을 틀어두고, 폰을 들어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쓴다. 매일매일의 짧은 기록이 때로는 웃게 하고 때로는 힘이 되더라. 온라인 친구들의 반응을 보며 키득거리며 쉬고 있으면 아이들이 게코들을 데려와 밤인사를 시킨다. 사방은 조용하지만 들썩들썩 웃음이 그득한 밤이다.
불을 끄고 나면 온전히 촉감만 남는다. 잠들지 못하는 날도 많지만, 머릿속에 하나씩 그려본다. 하룻동안 좋았던 일, 그리운 얼굴, 하고픈 일들.
내 아픈 어깨도 당기는 장딴지도 꼼지락 발가락도 조금씩 움직여보고 잠을 청해 본다. 깊은 밤. 내 세포 하나하나 꽤 괜찮은 촉감으로 기억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