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성한 내 가족이지만, 나와 내 남편은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다. 성격이나 성향도 다르고, 생각이나 가치관도 무척 다르다. 다행히 우리는 서로의 다른 생각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존중하려 애쓴다.
우리 가족은 몇 년 전 다양한 심리검사를 하며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었다. 가족도 타인들의 집합체인지라 서로 다른 모습은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존재들이다. 아이들은 다행히도 그 과정을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잘 받아들여 주었다. 게다가 검사를 해본 후에는 친구들과도 MBTI를 비교해 보았다면서 친한 친구들과는 같은 유형이 많다고 활짝 웃어 보이기도 했다.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게 된다.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 이야기나 친구들 이야기도 하고 어디선가 스쳐 지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정말 많이 해왔다. 삶을 함께 해와서 이야깃거리도 많을 뿐 아니라, 세대차이도 많이 나서 나조차도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득 큰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 정도의 나이가 되면, 너희가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 아이는 단호하지만 명확하게 대답했다.
“이해는 불가능해요. 그렇지만, 수긍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나는 엄마가 이해는 안 돼요. 그런데, 사고의 중간과정을 아니까 결과나 결론을 수긍할 수 있어요.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아빠는 수긍할 수는 없는데, 내가 사고과정을 유추해서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는 있어요.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거든요..”
사실 아이의 대답을 듣고 많이 놀랐었다. 아이는 아는 것과 수긍하는 것, 공감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을 완벽히 구분하고 인지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본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나는 아이에게 “세상은 0과 1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야. 그 사이에 무수한 것들이 있어. 잊으면 안 돼.”라는 말을 들려주었다. 아이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본인의 관심사들 사이사이에 다양한 작은 것들을 촘촘히 채워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