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by 물빛

일상에서 한 번쯤 벗어나고픈 생각은 누구나 해볼 것이다. 내 생에 첫 일탈이라고 말할 법한 것은 언제였을까?

일탈이라 말하기엔 어색한 일이지만 기억나는 건 석사 2년 차 때였다. 그때 처음으로 꼬불꼬불 웨이브를 넣은 머리를 했다. 그전까지는 짧게 자르거나 펌을 하더라도 살짝 끝만 말려서 깔끔한 생머리처럼 보이는 스타일을 고수했었다. 꼬불꼬불 파마머리를 하고 두 줄 정도 브릿지를 넣었다. 그때의 마음은 어땠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후배의 반응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언니! 왜 이렇게 타락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반짝이는 그 눈과 예쁘게 웃던 그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타락이라 타락이라 타락이라... 한참을 되뇌었던 기억이다. 기분이 상했던 건 아니었다. 후배가 정말 내가 타락했다고 질타했던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나와 상관없을 것 같았던 그 단어가 뇌리에 박혀서 내심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순간이었다.


진짜 일탈이라면 재작년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이었을 것이다.

내 대학 생활은 내내 통금이 기본이었다. 대학생들의 엠티도 이해를 못 하셨다. 엄마가 설득해 주셔서 신입생 때 다녀오곤 끝이었다. 그나마 융통성이 있었던 건 친척이 있는 시골이나 서울에는 가끔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연애경험도 많지 않아서 혼전 여행경험도 없고 친구들끼리 여행한 기억도 없다. 결혼한 후에는 남편과 함께, 아이가 생긴 후에는 아이와 함께. 그래서 늘 아쉽던 것이 혼자 다니는 시간이었다. 워낙 내향적인 타입이라 사람이 많으면 그 자체로도 에너지를 많이 쓰는데, 어딜 가나 누군가 함께 하니 조용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여행지에서 나홀로족을 만나면 얼마나 부러웠던가.

당일 여행이었고, 실제로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함이었지만, 혼자 다니면서 처음으로 내가 된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하면 오버인 걸까.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일정을 정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여행이라니. 들뜨고 신나고 행복했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챙길 수 있을 만큼 잘 성장했다는 뿌듯함도 더해져서 더욱 만족감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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