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고사를 치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촌들이 모두 모여 학교 앞 호프에 가서 처음으로 맥주를 마셨다. 언니 오빠들이 함께 있어서 든든했고, 난생처음 마셔본 알코올이 생각보다 취하지는 않았다. 어떤 날은 주량이 궁금해서 얼마나 마실 수 있나 마셔보기도 했다. 적당한 취기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웬만해서는 취하지 않았다. 많이 마시면 속이 불편하고 기분만 나빠질 뿐이었다.
내 정량을 알고서는 많이 마시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주종에 관심이 생겨서 칵테일을 배웠다. 이론수업도 재미있었고, 이것저것 창작해서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선생님이 자격증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자격증도 땄다. 조주기능사 자격증. 심지어 국가기술자격증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팀과 한동안 정기적으로 어울렸다. 나는 학생이었지만, 대부분이 사회생활을 하던 언니였다. 학교생활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언니들에게서 배웠다. 덕분에 호프나 주점에서 왁자하게 노는 대신 호텔 클럽에서 위스키 한잔을 놓고 즐기는 법도 배웠다. 그중 한 언니와는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취향이 분명한 사람을 좋아한다. 어느 영역이든 취향이 생기려면 일정 시간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한 순간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알아가고 경험해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싫어하거나 불편한 것은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그 과정은 나를 좀 더 단단하고 성숙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그 시간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관심사가 같으니 이야깃거리가 충분해서 좋고, 각자의 상황이 다르니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배우는 동안 겪은 경험이나 새로운 지식들은 서로를 더욱 발전시켜주기도 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재미는 배가 되고 든든한 동지가 되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도 행복한 일이니까.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과 오래오래 같은 것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