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by 물빛

학교에서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들을 한 적이 있었다.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고 했었고, 결과를 받아 들자,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신청한 인원에 대하여 상담도 해주었다. 그중 하나가 MBTI였고, 무려 18년 전 이야기이다. 지금처럼 크게 인지도도 없었을 때이고, 다른 성격 유형이 있으니 다름을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해 보자는 취지로 시행했었다.

당시의 나는 사무실 동료들과 겉보기에는 무리 없는 듯 지냈지만, 실상은 가능한 함께 식사하기를 피할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을 때였다. 일을 시작한 지 4년 차여서 업무는 충분히 익숙하고, 동료들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보이던 때였다. 물론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일 수도 있고, 내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던 시기여서일 수도 있다.

상담을 신청했다. 담당 상담선생님이 정해졌고, 우선 내 성격과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가지 고민거리가 있던 때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기적인 상담을 권하셨다. 업무시간에 한 시간씩 나가는 게 조금 눈치 보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위해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나는 주로 듣는 청자의 입장을 취하며 살아왔다. 선생님은 매 회기마다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게 했고 어떠한 답도 주지 않았다. 단지 포인트를 짚어 정리를 도와줄 뿐이었다. 화자가 되어서 말을 하다 보니, 말을 함으로써 생각이나 상황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확실히 배운 것은 MBTI는 성격이나 성향을 알 수 있는 방편이지만, 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담은 석 달 정도 지속했다. 나와 내 주변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활용하게 해 준 내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느꼈고, 다름으로 인한 차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왜 저럴까’에서 ‘그럴 수도 있구나’로의 생각의 전환. 그것은 내가 이후로 살아가는 데 얻은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무기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청자이길 자처한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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