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다니는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오전에 가야 수업 일정에도 무리가 없어서 서둘러야 했다. 아이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의사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별일은 없었어요?” “실은 입시관련해서 좋은 기회가 왔어요. 큰 도시가 아닌 게 걸리긴 하는데, 아이가 잡고 싶어 해서 결정하고 나니 아이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당연히 잡아야죠. 잘했어요. 그래서 표정이 되게 좋네요.”
아이는 기회를 잡기로 결정한 후에 훨씬 더 반짝였다. 학교에 제출할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음대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도 웃고, 그 도시에 대해 계속해서 검색해 보며 장점을 찾아보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는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여행 오라고 권유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기회를 잡고 난 이후의 마음의 여유가 느껴진다.
십여 년 전 신수를 봐주던 언니가 내게 말했다. “너는 몇 년간은 신수 안 봐도 돼. 특별한 변화가 안 보여. 그렇지만, 몇 년 후엔 관운이 들어올 테니 그동안 준비를 해둬. 아무리 운이 들어와도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못 잡는 법이야.” 당시에는 전업주부로 지내던 시기였다. 하루 종일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느라 바삐 지내고 밤에 애들을 재우고 나면, 그제야 잠시 책 한 줄 읽어볼 여유가 생겼다. 무언가를 시작함에 있어서 도통 엄두가 나지 않던 때였다.
몇 번의 기회를 놓치고 부모님과 함께 일하기를 꼬박 9년. 작년 봄에 일을 그만두고 나서 다시 내 개인으로서 섰다. 아직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초심자일 뿐이다. 대신 봉사활동을 겸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으려고 한다. 현장에서 실습할 기회라는 것이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얼마나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동료선생님이 찍어준 사진을 보니 내가 활짝 웃고 있었다.
오래된 인연들을 종종 만나고 있다. 오랜 기간 나를 봐오시던 분들이라 친목으로 만나는 자리이다. 마음을 나누는 관계여야 오래가니 볼 때마다 즐겁고 편한 분들이다. 내 근황을 알고서는 방향을 어찌 잡을까 망설이는 것을 보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시기도 한다. 최근에 만난 분은 아이 교육 관련해서 알게 된 분이신데, 뜻하지 않은 제안을 주셨다. 크게 표시는 안 냈지만, 너무 감사하고 한 번쯤 해보았으면 바라던 제안이어서 내심 기쁘고 뿌듯했었다. 내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을 정말 잘 이해하시는 분이셔서 그 일이 더욱 설렌다.
기회는 아무에게 오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나 있다. 단지 준비된 자의 눈에만 보이고, 잡을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만나는 작고 소중한 기회들이 더 큰 기회로 데려가 줄 것임을 믿는다. 아이가 반짝이는 얼굴로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내 앞에 놓인 기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