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물빛

작년부터 계속 나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내가 누군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다. 별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알려주는 길이 바른 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좋게 말하면) 모범적이고 착한 아이였을 뿐이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 자신의 내면의 상태가 더 궁금했다. 철학책이나 심리학책 또는 정신분석학 책을 개괄적으로 읽어보곤 했다. 전공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인간의 내면을 분석한다는 건 얼마나 흥미로운 주제인가. 과학적으로 실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이제 와서야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진정한 나를 알 수 있는 것은 부모의 보호 아래에 있는 미성년일 때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독립을 한 후여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미성년일 때에는 어떤 선택의 영역에 있어서도 본인의 기질보다는 부모의 양육태도나 윤리적 가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인이 되어도 제대로 독립하지 못하면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이제야 독립하고자 발버둥 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 안의 소리에 귀를 막고 지냈던 시간을 다독여주었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야. 그래야 하는 줄만 알았어.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들의 마음에는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를 쓰고 살았다. 덕분인지 아이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모른 척 덮어두려고 밀쳐두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 여긴다. 감사하게도 힘든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나에게 열어준다. 내가 다 치유해 줄 능력은 없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해 주는 시간 동안 아이가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아가는 것을 본다.


내가 나를 알고 내 내면의 소리를 챙기려고 신경 쓰게 되면서, 타인의 마음도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혼자서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도움을 주고받고 격려와 칭찬을 양분 삼아 오롯이 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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