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부터 나 홀로 여행을 가끔 떠난다. 발단은 병원 옆 카페에서 본 벽등의 문구 덕분이었다. ‘자주 봐요. 우리. 정들게’. 흘림체로 씐 글귀를 보는데, 보고픈 언니가 생각났다. 이 시간이 흘러 언니가 상해로 돌아가면 언제 볼지 모르는데 싶어 아쉬웠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결국 사람인 걸까?
당일 여행으로 분당에 다녀왔다. 누구에게는 그게 대수냐 싶겠지만, 나에게는 생애 첫 일탈이었다. 결혼 전에는 통금시간이 있는 생활을 오랫동안 했고, 신혼엔 남편이 함께 했고, 출산 후에는 당연히 아이들이 함께였다. 혼자서 다른 지역에 간다는 것은 꿈만 꾸던 일이었다. 게다가 가족이 아닌 보고 싶은 이와 함께하는 것은 짧은 만큼 아쉽고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엄마 없는 하루를 잘 지냈다. 다음에는 통영에 가서 작가님을 만났고, 소설과 에세이 속의 장소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험실에 살던 내가 소설을 쓴 작가를 만나다니 인생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가을에는 정말로 혼자인 여행을 떠났다. 공원 산책을 하고, 미술관 관람을 하고, 길을 걷다 한참 바람을 느끼며 새소리를 들었다. 호텔에서 여유롭게 혼자 지내는 것은 정말 색다른 일이었다. 조용하게 마음 놓고 반신욕을 하고, 우물거리며 무언가를 먹으며 책도 읽었다.
집에서도 분명 혼자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 사실 여행을 다녀오면 그만큼 시간도 소요되고, 몸도 피곤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간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읽은 친구가 쓴 책에서 답을 발견했다. ‘집에서의 일상의 무게는 상당하여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다. 반면에 호텔은 삶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더 가벼운 나로 살 수 있을 것 같고, 진짜 나를 찾는 것이 수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문장들을 읽으며 깊이 동감을 하고 친구의 생각에 감탄했다. 호텔에서의 생활이 주는 자유로움과 충만함을 이렇게 수려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여행을 통해 나를 찾는 시간이 꼭 필요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