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by 물빛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그 무슨 악기이든 연습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견부터 시작하여 악보를 익히고, 손가락의 운지를 자연스럽게 맞춘다. 악보를 보며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외게 되는데, 그 과정은 참으로 지리하다. 어릴 때는 몇 번씩 연습하라는 숙제를 받고, 한번 칠 때마다 선생님이 사과 같은 걸 그려주곤 했었다. 별 것 아닌 그게 좋아서 악보 가득 사과를 채울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곤 했다.


고등학교에서 사귄 새 친구는 음악 노래시험 반주자로 나를 추천해 주었다. 수락하지 않기에는 달콤한 보상이 주어졌다. 실기 시험은 제외지만 점수는 만점을 주는 조건이었다. 당연히 한다고 했지. 노래는 ‘오 솔레미오’와 ‘이히리베디히’ 중 선택하여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반주자이니 당연히 둘 다를 연습해야 했다. 당연히.


시험을 치르는 날 선생님은 시험을 치르기 전 모두가 함께 노래할 수 있도록 반주를 요청하셨다. 이게 웬걸. 평소 선생님이 반주하시던 것처럼 자연스레 노래가 흘러나와야 하는데, 중간중간 노래가 끊어졌고, 내 양손은 갈피를 못 잡고 따로 놀았다. 선생님은 크게 역정을 내시지는 않으셨지만, “너 연습 안 했지?” 딱 한마디 하셨다.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연신 죄송합니다만 외쳤다. 시험은 다음 주로 미루어졌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고, 부르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고, 선생님의 반주는 너무 쉽게 들렸었다. 어릴 적부터 여러 번 연주했던 곡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을 핑계로 연습을 안 했다. 주말에라도 했었어야 했는데, 어린 마음에 자만했다. 선생님은 아셨던 거다. 반주를 맡은 아이들의 마음과 상태를 알고 기회를 주신 거였다. 시험을 마치는 날 선생님은 점수와 상관없이 반주자 노래도 들어보자며 반주를 해 주셨다. 그리고 60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반주를 성실하게 마쳤음에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중요한 일을 앞두면 이때가 생각난다. 내가 충분히 연습을 해야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계기였다. 무슨 일을 대하든 제대로 살펴보고 준비해야 그 일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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