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아주 섬세한 아이이다. 식물을 아주 좋아하는데, 길을 걸을 때면 주변의 화단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곤 한다. 차를 타고 지나다가도 눈에 띄는 나무나 꽃을 보면 어김없이 이야기를 재잘거린다.
나는 추위를 아주 많이 탄다. 우리 동네는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부는 곳이라 두텁고 긴 옷을 꽤 오랜 기간 입는다. 엄마가 좀 예쁜 봄옷을 꺼내 입으라고 한소리 하실 때까지 패딩이나 코트를 벗지 않는다. 그렇게 살다 보니 계절의 변화에도 무심한 편이다. 하늘을 보며 때가 되면 새순이 움트는 나무를 한번 쳐다보고, 땅을 내려다보며 이름 모를 작은 꽃이 피어난 걸 보면 계절이 바뀐 것을 알게 될 텐데 늘 옷섶을 꽁꽁 싸매고 다니기 바쁜 탓이다.
둘째는 2월이면 동백섬에 산책 갔다가 동백꽃이 예쁘게 피었다며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3월 중순이 지나면 잠시 멈추어 서서 벚꽃이 날리기를 기다려 꽃잎을 살포시 받아서 가지고 온다. 여름이 다가오면 학교 가는 길에 천사의나팔이 너무 활짝 피어 무서웠노라며 땀을 흘리며 이야기해 준다. 가을에는 잠자리나 풀벌레 이야기를 전해주고 예쁘게 물든 단풍잎을 주워오기도 한다. 겨울에는 나 못지않게 추위를 타니 오들오들 떨며 방한용 담요와 장갑과 핫팩 등을 챙겨 다니느라 가방이 묵직해진다.
이 아이 덕분에 나는 아스팔트 사이에서 피어난 민들레도 보았고, 아파트 화단에서 고개를 내민 딸기몽우리도 보았다. 식물들은 동물에 비해 조용한 듯하지만, 참으로 분주하게 자리를 잡고 생장하고 번식을 한다.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나뭇잎 색이 달라지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성장한다.
여전히 식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나는 아이를 통해 식물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 계절이 달라짐을 느끼면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관찰한다. 계절이 수없이 쌓이면서, 섬세한 이 아이가 좀 더 단단해지고 때로는 유연함도 발휘하게 되기를 바란다. 잘 자란 나무는 태풍이 와도 같이 장단을 맞추면서 스스로를 지켜가더라. 그렇게 자라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