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by 물빛

매일매일의 일상에는 눈에 크게 띄지는 않아도 작은 변화들이 존재한다. 아이의 성장이나 내 근력의 성장 같은 것들이다. 하루하루가 쌓여서 오랜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행복이 하루하루 한켜한켜 쌓여가는 느낌에 충만해진다.


내 인생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의 사건으로 인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아직은 입을 열어 말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하지만, 그 임팩트는 너무나 커서 삶에 대한 의욕이 모두 사라졌었다. 세상엔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암판정을 받은 것이다. 첫 번째의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이 꼭 필요한 암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정말 울고 싶었는데, 사방을 향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울음을 삼켰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해야 했다. 나보다 더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를 보는 게 더 힘들었으니까. 다행인 것은 1기여서 수술만 하면 괜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수술이 끝난 후에 알았다. 수술은 코로나 기간에 했는데, 보호자로 함께 간 엄마는 보호자 역할을 하지 못했고, 아빠는 퇴원 직후에 언제부터 출근할 것인지를 물었다. 내 상태에 대한 의학적인 이해보다 주변 지인의 의견을 더 중히 여기셨다. 역시 누구에게도 의지하면 안 되는구나. 아니 나에게는 의지할 상대가 없구나. 내가 스스로를 돌보고 아이들과 살아가야겠구나. 내 아이들은 꼭 내가 지켜줘야겠구나.


사랑이라고 포장된 부모님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이전에는 꾹꾹 눌러 감추던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드러내기로 했다. 아빠의 불합리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엄마의 지적을 모른 척하며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어른이 잘못해 놓고 아이에게 사과를 종용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잘못된 사과를 시키지 않겠다고 막아섰다. 어른들은 엄마가 잘못 가르치는 거라고 나를 질책하지만, 내 아이를 내가 지키겠다고 막아섰다. 아이가 이해하기까지 어른이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했다.


작든 크든 내가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돌아보면 내가 가장 마음 아프고 힘들었던 시기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는 때였다. 세상 무해한 얼굴을 하고 사랑을 가장하며 나를 좌지우지하려는 그 모습. 애정을 기반으로 하기에 불만을 표하는 순간 불효가 되어버리는 그 상황. 더 이상 참기만 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일정 부분 거리가 필요하다. 자녀를 인격체로 인정하는 일 말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당신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내 아이에게도 늘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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