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by 물빛

재미있는 것만 해도 괜찮을까?


아이는 좋아하는 것에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했다. 미니카들을 선을 반듯하게 줄을 세우고, 수많은 공룡이나 곤충들을 분류해서 잘도 외웠다. 두 시간이 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꼼짝없이 잘 보곤 했다.


육아서에서 진정한 집중력은 별로 재미없지만 꼭 해야 하는 것에 발휘하는 것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재미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것은 다양하다. 야채를 다듬거나 빨래를 개어서 정리한다거나 하는 일상생활로부터 입시나 입사시험까지 공부하는 것이 다 포함된다. 그런데, 생활에 필요한 이런 것들은 과연 재미없는 것인가? 또 이런 일에 집중하는 것만이 진정한 집중력이라 말해도 되는 걸까?


재미는 게임이나 놀이를 한다거나 특별한 활동을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가 재미없는 거라고들 말하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주도적으로 찾아보고 내용을 외고, 타인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면서 즐기기도 한다. 어떤 영역이든 관심이 생기면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잘하게 되면 재미를 느끼는 것 아닐까 싶다.

아이는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는 타입이다. 무엇인가 궁금하면 책을 찾아보든지 검색을 하든지 관련 정보를 섭렵한다. 꽤 깊이 알고 싶을 때면 최신 논문을 찾아보기도 한다. 본인은 공부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서 다방면으로 깊이 있는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 캠핑을 할 때에도 악기를 배울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준비를 했다. 닥치면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초보이지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나씩 준비해서 실행해 나갔다.


그렇다면, 꼭 필요하다고 하는 관심 없는 것을 지루하게 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일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관심사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것을 할 때의 표정을 상상해 보면 답이 나온다. 행복한 미소를 띠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경험은 얼마나 소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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