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물빛

사람들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경우 글로 전달하게 된다. 음악이나 미술 또는 춤과 같은 예술적인 영역은 예외로 하자. 그건 너무나 멋지지만 너무나도 감정의존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실험일지를 작성하듯이 어떤 사건에 대해 찬찬히 기록하곤 한다. 최대한 감정을 빼고, 발생한 일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을 하다 보면, 좀 더 차분해지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며칠 후에 다시 보면 그날의 생생한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 기록에서 재미나 감동이 느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명확하지만 무미건조한 글이다.


반면 어떤 글귀를 보거나 묘사를 보았을 때, 다시 한번 돌아보고픈 느낌이 들어 다시 살펴보거나 캡처를 해두는 경우도 있다. 깊은 인사이트가 있어서인 경우도 있고, 무언가 딱 뇌리에 꽂히는 기분이 드는 경우이다. 말랑말랑하게 감정을 자극하고, 얼마나 잘 썼는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반박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어느새 설득당해서 사륵 웃거나 눈물을 훔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이다.


그런 글을 만나면 글쓴이가 누구인지 어떤 프로필을 가졌는지 찾아본다. 글로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 능력은 내가 갖지 못한 재능이다. 그 사람의 학력이나 인적사항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밝혀진 소개글로서도 그이에 대해 유추해 볼 수 있고, 부러운 마음을 감추고 그의 글을 더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SNS는 그런 점이 재미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글을 통해서 본인을 표현한다. 글을 매개로 하다 보니 모두가 제각각의 다양한 표현법으로 글을 쓴다. 어떤 형태로든 내 마음이 공감하거나 자극을 받는 글에는 이모티콘으로 호응으로 하거나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나눈다.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마음이 상해 관계를 끊는 일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통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스스로 친구를 선택하는 주체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수많은 글들을 읽다 보면 사람의 마음을 울렁이도록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발동한다. 논문을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이라 좀 놀랍다. 하지만, 감정표현에 두려움이 있고, 서투르게 실험일지 쓰듯이 글을 쓰던 내게는 지속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글이 가진 힘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로 가서 그 글을 쓰던 내 마음에 공명하게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솔직하고 용기 있게 감정을 자극하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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