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by 물빛

코칭과정을 시작하고서 두 번째 행사를 진행했을 때였다. 행사장에 하루 종일 있는 것은 체력적으로 한계라 오전 오후 중 가능한 일정으로만 참여했다. 오랫동안 거의 혼자서만 일을 하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려니 그 자체로도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행사에서의 일은 박람회에 온 내담자에게 설문을 하고 행동분석지를 해석해서 상담해 주는 일이었다. 처음 행사에 참여했을 때는 도우미 역할만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담자가 노트북에 설문조사 입력을 어려워하시기에 도와드렸는데, 당시 상담자였던 대표님이 쓱 사라진 것이었다. 내담자는 기대에 차서 해석을 기다리고 있어서, 슬깃 주위를 살피고는 상담을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상담자로서 데뷔한 순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표님께서 내게 기회를 주려고 슬쩍 자리를 피해 주신 것이었다. 하다가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하겠지 싶었는데, 끝까지 잘 끌고 가더라며 격려도 해주셨다. 떨리지만 담대한 척 첫 번의 기회를 진행해보고 나니 처음 보는 다른 케이스를 만나도 분석지를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물론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점점 더 생겼다.

두 번째 행사는 대상이 달라서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사전 교육에서 대상에 따른 차이점을 언급받았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확연히 다른 기대감이 느껴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했던 고민과 학교에서 근무했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내담자의 상황에 따라 상담자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내 삶이 그 바탕이 되어 준다는 것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행사장 풍경 사진들을 살펴보니 내가 내담자와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스스로 보아도 예뻐 보이는 얼굴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동료 선생님이 내가 상담해 준 아이 엄마가 감동받은 얼굴을 하더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지금은 분석지를 해석해 주느라 내가 설명을 해주지만,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상담을 하는 날이 오면 또 다른 희열을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삶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알게되는 기회가 되었다. 내 자신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느껴지는 요즘. 내가 조금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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