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입시지원조건

스스로에게 거는 마법

by 물빛

외국유학에 있어서 해당 국가의 언어 실력은 최소한의 조건이다.

아이는 일본유학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일본어능력검증이 필수이다.


EJU는 일본 문부성 산하 일본학생지원기구가 주관하는 시험으로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일본유학시험이다. 일본의 고등교육기관에 사비외국인유학생전형으로 입학을 희망하는 자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거의 모든 일본대학의 외국인유학생특별입시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응시가능하다. 일본어, 종합과목, 이과과목, 수학으로 구성된다. 종합과목은 우리나라의 사회탐구영역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고, 이과과목은 과학탐구영역이라고 보면 되겠다. 문과는 일본어/종합과목/수학(1), 이과는 일본어/이과과목/수학(2)을 선택하게 된다. 예술영역은 일본어와 해당 전공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 영어시험은 없으므로, 영어능력 확인을 위해서 TOEFL, IELTS, TOEIC 등의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과목당 400점 만점인데 득점등화라는 상대평가 채점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정답률이 낮은 고난이도 문제를 맞힌 경우는 얻는 점수가 높다. 그래서 모두 정답일지라도 만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일본어 시험은 독해/청해/청독해/기술 네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점방식은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라, 400점 만점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최고점이 360점 대였던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교와 전공에 따라 요구하는 점수는 천차만별이다. 미술영역의 경우는 일본어 시험만 치르면 되는데, 총점 220점 이상을 최저로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능력이 출중한 이전 유학합격생은 200점으로도 입시 성공한 예가 존재는 했다.


JLPT는 일본 외무성 산하 국제교류기금과 공익재단법인 일본국제교육지원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인 일본어능력시험으로 일본어를 제1언어로 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다. 이것도 연 2회 시험이 실시된다. JLPT에서 취득한 능력은 국제상으로 인정되며, 한 번 취득한 급수는 평생 유효하디. 총 다섯 급수로 나뉘어 있고, N1-N5 중에서 N1이 최고급수이다. N1에 합격하면 '폭넓은 상황에서 쓰이는 일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실력을 보유한다.'라고 인정한다. 시험은 언어지식/독해/청해로 구성된다. 일본어능력시험으로는 EJU일본어에 비해 훨씬 다양한 영역에서 이용된다. 입시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N1 또는 N2 자격이 필요하다. 180점 만점인데, 합격선은 N1은 100점 이상, N2는 90점 이상이다. 단 영역별 최저기준을 넘어야 해서 과락으로 불합격이 될 수 있다.


6월 중순에는 EJU(일본유학시험)이 있고, 7월에는 JLPT(일본어능력시험)이 있었다. 아이는 5월 중순이 지나 일본어학원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시험일정관련해서 긴밀히 소통을 해야 했다. 원장선생님은 JPLT원서 접수를 할 때, N1을 추천하셨다. JLPT는 N2 모의고사도 치러본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청해점수가 높은 편이라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예상하셨다. 아이는 선생님의 조언대로 N1을 지원했다. 두 시험 중 하나만 합격선을 넘어도 입학원서지원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JU시험장에 가니 선생님들이 응원을 나오셨다. 아이는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 주의사항도 숙지하고 시험장으로 들어가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치르고 한 달을 기다려야 성적표를 받는다. 7월 초에는 JLPT도 치렀다. JLPT는 급수별로 시험장이 달라서, 지원할 때부터 잘 확인해야 했다.


미술학원에서는 본인이 지원하는 학교의 오픈캠퍼스 일정에 맞추어 아이들을 인솔해서 일본기행을 준비했다. 일본어 시험이 끝난 아이들이 그나마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여행 겸 오픈캠퍼스 참가 겸해서 들떠서 다녀왔다. 지원하는 학교의 교수님에게서 작품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이는 두 곳만 지원하고 있었기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시간이 좀 여유로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악기점과 애니메이터 또는 하비숍 같은 곳들을 누비고 다녔다.


먼저 치른 EJU의 성적이 8월 초에 나왔다. 두근두근 성적을 확인하던 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목표했던 점수보다도 훨씬 좋은 점수가 나왔다. JLPT점수는 한 달 후에야 나올 테지만, 이미 입시 지원 최소조건을 달성했으니, 아이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자 이제 미술능력향상에 집중하자.'는 내 생각일 뿐. 아이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도쿄에서 악기점들을 순례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


아이의 첫 번째 기타인 깁슨의 레스폴은 아이가 좋아하는 그룹인 범프치(BUMP OF CHICHEN)의 리더 후지상이 사용하는 모델과 비슷한 것이다. 나는 악기라고는 피아노만 쳐봤어서 악기를 여러 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집에 피아노를 여러 대를 둘 필요는 없는 악기이지 않는가. 그러나 기타를 연주하는 마음은 다른 걸까. 아이는 무언가 열심히 검색을 하고 고민을 하더니 처음 보는 기타 사진을 보여주며 시시콜콜 물어댔다.

"엄마 무슨 색이 이뻐요?"

"나무는 이게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여긴 이 형태로 변형하는 건 어때요?"

그렇다. 아이가 찾아낸 것은 일본의 작은 수제기타 샵의 기타였다. 양산품도 만들어내긴 하지만, 커스텀이 가능해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일본의 기타 숍에서 양산품 기타를 살 수도 있다고 하는데, 외국에서 커스텀을 주문하는 방법은 이메일이 유일하다. 일본 내에서 구매하려면 전화나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는 고심 끝에 원하는 스펙을 정해서 이메일을 보냈다. 사장님이 직접 응대하시는데, 회신이 무척 빨랐다. 여러 번 메일을 주고받으며 아이가 정했던 스펙에 대해서 나무의 특성이나 무게, 색상 등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조율했다. 최종 스펙을 결정짓고서 아이는 선언했다.


"엄마, 저는 무조건 올해 합격해야 해요. 기타는 8개월쯤 후에 완성될 건데요. 혹시나 불합격되면 기타 찾으러 도쿄에 왕복비용을 내고 가야 하잖아요. 그건 너무 아깝잖아요. 반드시 입학해서 찾을 거예요."


EJU 성적이 확정되면서, 미술학원에서는 더더욱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10월이면 입시원서를 낸다. 포트폴리오를 내야 하는 학교의 과제와 감각테스트는 너무 다른 방향이어서이다. 교수님께 받았던 피드백에 의하면, 아이의 방향성은 괜찮아 보였다. 다만, 속도를 좀 더 내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했다. 그 작업 사이사이에 아이는 또 혼자만의 일에 몰두했다. 포트폴리오 용으로 샀던 재료들 중 일부를 집에 가져오더니 열심히 자르고 갈고, 색칠을 하며 미니어처를 만들어냈다. 물론 미니어처라 현이나 디테일에 있어 정말 제대로 구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럼 어때. 본인의 다짐이나 리추얼인가 싶어서 지켜보았다. 기타를 구매하기 위해서 꼭 합격해야 한다는 발상은 어이없지만, 어쩌겠어. 이 아이의 스타일인걸. 수능 한 달 앞두고 기타를 샀던 것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었다.


9월이 되어 JLPT성적도 나왔다. 아이도 나도 N1은 무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합격이었다. 심지어 아주 높은 점수로.


그래.

너는 네 뜻대로 가라. 엄마는 곁에서 지켜보고 지원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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