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by 물빛

가면이라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친구들끼리 돌려보던 만화 '유리가면'이고, 또 하나는 마돈나의 노래 'take a bow'이다. 유리가면은 주인공이 배역을 맡으면, 가면을 쓴 듯 완전히 그 역에 몰입을 하며 배우로서 성장하는 순정만화이다. 배역에 따라 인격을 갈아 끼우는 배우란 직업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마돈나는 대학 시절에 영화배우로도 가수로도 한참 인기가 있을 때라 자주 접했었다. 이 노래는 초반 가사에 'this masquerade is getting older.'라는 표현이 있다. 영화나 뮤지컬 또는 뮤직비디오에서 보는 마돈나는 아주 화려하지만, 그 이면의 쓸쓸함이 느껴져서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비단 배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살아가는 동안 가면을 쓰는 일이 종종 생긴다. 우리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구를 받는다.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이나 사회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좋은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학습하고 때와 장소에 맞는 표정과 행동을 한다. 정신과 의사인 칼 융이 분석심리학 용어로써 '페르소나'를 개념화하여 사용할 정도이다. 이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과 질서, 의무 등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본성을 감추거나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본성인 셀프와는 다른 가면인 페르소나를 써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건강한 상태는 셀프와 페르소나 사이의 균형을 맞춘 형태라고 한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가면.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가면도 다양해지고 정교해진다. 그 가면을 쓴 모습도 가면을 벗은 모습도 나 자신임에는 틀림없다. 밤이 깊어 가면무도회가 끝났을 때에도 내가 진심이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역시 관계는 혼자서 맺는 것이 아니라서 매 순간 어렵다. 가면 뒤의 본모습은 모두의 마음이 열릴 때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타이밍을 이야기하는 것이로구나. 오랜만에 마돈나를 다시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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