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by 물빛

사이버대학교에 3학년 2학기로 학사편입을 했다. 이번 학기로 3학기 째이다.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하니 인강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작년 9월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오프라인 행사가 있어서 참여를 했고, 코칭과정 시작하자마자 투입되어서 새로운 일을 하느라 잔뜩 긴장한 채로 학기를 시작했었다. 말이 학기의 시작이지 사실 강의를 들을 엄두도 못 내었다. 그리고는 바로 어지럼증으로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활동이 어려웠고, 기립성저혈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겨우 추스르고 보니 어느새 3주 차. 출석은 3주 이내에 해야 인정되는 것이었다.


조마조마하며 심장내과를 알아보고 검사를 받으며 첫 주차 출석을 겨우 완료했다. 출석을 완료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의를 일정시간 이상 수강하면 된다. 사이버대학이라 언제 어디서든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는가. 학습이라는 것은 집중을 해야 하고, 이미 밀려있는 수업을 다 듣고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학 학위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라 수업내용을 따라가려면 강의를 꼼꼼히 듣고 복기해야만 했다. 게다가 추석연휴가 지나니 퀴즈가 있고 , 중간고사가 닥치고, 과제가 있는 과목도 있고, 토론이 있는 과목도 있고, 기말고사까지 정신없이 몰아쳤다. 아이들이 질 좋은 인강이 있어도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 성적향상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를 충분히 실감하였다. 게다가 공부만 하는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일하다 달려와 밤늦게서야 리포트를 쓰려고 레퍼런스로 논문을 찾다가 기대에 안 차지만, 적당선에서 멈추기도 여러 번 해야 했다. 논문사이트에 유료회원이 아닌 상태에서는 제한이 너무 많았다.


봄에는 학기 중에 아이 일본 집을 마련해야 해서 갔다. 이주하는 상황이라 짐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내 노트북을 따로 챙겨야 했다. 퀴즈와 리포트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계약했으나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상태의 집에서 어찌할 수가 없어서 호텔을 연장하며 퀴즈를 쳤다. 여름에는 지도교수님을 만나 진로상담도 했다. 사이버대학이라 그런지, 나처럼 늦게 다시 공부하는 이들이 참 많았다. 다음 행보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교수님 덕분에 몇 가닥으로 싹 정리가 되었다. 역시 나만 잘 준비하면 된다.


이번 학기가 이제 마무리되었다. 과목당 이틀씩 주어지는 시험시간에 맞추어 시험을 치르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이번 학기 기말고사는 이미 여름도 전에 예약해 둔 건강검진과 딱 겹쳤다. 몇 과목은 서울에 오기 전에 최대한 달려서 시험을 치르고,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마쳤다. 내일은 부산에 돌아가야 하니 서둘러 학습내용을 점검하고 또 밤이 지나기 전 시험을 치렀다. 또 한 학기 정신없이 열심히 잘 달렸지.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기도 했다. 마치 이십대로 돌아간 듯 몰입하고 집중하는 경험을 다시 하고 있다. 수강한 과목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존감이라는 것도 살려내고 있다. 첫 학기에 긍정심리학을 수강한 보람이 느껴진다. 또 몇 주 후면 성적이 공개되겠지. 기대에 못 미치는 과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뭐 어때. 열심히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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