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일정을 잘못 기억할 때가 있다.
대학병원에 가는 날은 진료를 마치자마자 몇 달 후의 일정을 바로 예약한다.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후로는 변경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에 한 번 정하면 그 일정을 우선적으로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스케줄러에 오늘이 병원가는 날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병원에서 카톡이 안오는 것이었다. 보통은 일주일 전에 진료카드와 함께 연락이 온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민폐를 무릅쓰고 담당 연구간호사에게 문의 문자를 했다. 몇년 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말이라선지 답이 오질 않았다. 이를 어쩌나... 주말인데 병원에 전화로 확인을 해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검색을 해보니 휴대폰용 앱이 있다. 담당 연구간호사가 있어서 앱을 사용할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구나. 앱을 다운받고 환자등록을 하고 예약을 확인해보니 예약이 다음주이다.
이런!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음파 검사가 없어서 당일에 일찍가서 혈액검사를 한 후에 진료를 보기로 한 것이었다. 얼른 간호사에게 앱으로 확인했다며 주말에 미안했다고 다시 문자를 했다.
어제 그 난리를 피우고 나니 한갓진 월요일을 맞았다. 병원일정이 없으니 저녁에 운동과 구몬수업만 하면 된다. 그런데, 특별한 일정이 없는데도 무기력하고, 몸이 무겁고, 움직이기 싫어지는 날이다. 무언가 삶이 버겁다고 느껴지는 날이다. 그동안 무리했었나? 그런 것 같긴 하네. 기말고사 기간 중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러 서울에 다녀왔다. 아무도 만날 엄두가 없었지만, 2년 만에 서울역에서 친구를 잠시 만났다. 벼락치듯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운동할 여력이 없었고, 남편과 외식으로만 지냈더니 몸이 무거워졌다. 추워지면서 다시 시작된 경련으로 잠을 설쳤다. 이참에 정형외과에 다녀와야겠구나. 의사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몸을 토닥토닥하며 아껴써야할 때라고 한다. 병원에서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라면 주사를 주겠지만,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경련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한다.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는 일회성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시간이 부족하다면 딱히 권하지 않으셨다. 항경련제를 처방해 주긴 했지만, 결국은 아껴쓰는 것만이 답이라고.
지난 주에 있었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미팅 건들이 내게 선사한 새로움도 한 몫 했겠다. 새로운 만남과 상황은 기대감이 있고, 에너제틱한 즐거움을 주지만, 평소보다 갑절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의 자기본위적인 말에 평소와 달리 날을 세우기도 했다. 기어이 아이의 상세한 설명을 포함한 사과를 받아내었다. 이도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이다. 아니 에너지가 소진되어서 불편함을 받아들이 여유가 없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오후 늦게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다음 주 예약 알림이다. 다음 주에 잊지말고 진료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