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물빛

아이 합격발표 후 유학이다 보니 학교에 보내야 할 입학 관련서류가 다양했다. 중요한 것이 경비 관련서류이다. 입학금과 학비를 보내려고 하니 은행에 외국환경비지정을 해야 했다. 편리하게 어플로 가능하다는 AI고객센터의 안내를 믿고 설정을 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은행으로 달려갔다. 아이에게서 받은 입학 관련서류와 신분증 등을 챙겨서 갔다.


어플에서는 사진을 찍은 것만으로 신청이 되어버렸고, 담당 지점도 자동으로 집에서 먼 곳으로 지정되었다. 혼자 긍긍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서둘러 근처 지점으로 달려간 참이었다. 직원은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었지만 일본어를 알지는 못했다. 게다가 신입생이기에 신청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인쇄해서 챙겨간 증빙자료가 실제로 필요한 자료와 달랐다. 아이에게 카톡으로 전달받은 일본어로 된 문서가 있었는데, 그게 필요한 자료였다.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는 인쇄물이 필요하다. 실은 아이에게 어차피 보아야 할 자료이니 인쇄를 해두라고 요청했었는데, 귀찮다며 그냥 PDF파일만 달랑 보내준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은행에 앉아 메일을 보내고 직원이 확인하고, 인쇄하고 또 확인했다. 나 역시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으니, 직원과 함께 번역기를 돌려보고 또 확인하면서 시간을 한참 쏟아 넣어야 했다. 그래도 직원이 끈기 있게 하나씩 확인해서 어플에서 꼬여버린 일까지 잘 해결해서 마무리지었다.


직원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좀 기분이 상했다. 아이의 말 한마디가 서운했었다. 나는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마음 편한 사람이라 내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아서였다. 나중에 상황을 알고서 아이는 미안해했다. 미안해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좀 풀려서, 우리도 처음이라 잘 모르니 학교 관련 서류는 엄마, 아빠에게 다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그러곤 아빠에게 회사에서 발급해야 하는 다른 서류가 준비되었는지 확인차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미리 이야기했었지만, 전화를 받은 남편은 급히 준비해야 하는 거냐며 당황했다. 아이에게 미리 영문으로 준비해 달라고 이야기하라고 전했지만, 아이는 그걸 깜빡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서둘러서 챙겨 보내준 서류는 한글이었다. 아이가 크게 웃으며 "아빠 영문으로 해주셔야죠." 하며 다시 요청했다. 한 번에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면 좋을 텐데... 생각만 하고 말을 삼켰다.


성인이 되는 길에 만난 각종 서류 업무는 아이가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서툴고 잘 몰라서 생긴 실수들은 알아가며 바로잡으면 된다. 내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서로가 관련정보를 명확하게 소통해야 한다. 특히 처음 하는 일인 경우에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험이 없어서 당황스러운 일도 자주 생긴다. 하지만, 사실 서로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 보면 기분 좋게 해결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잠깐의 수고가 귀찮아서 괜찮을 거라고 혼자 판단하거나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일을 넘겨버리면, 일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어도 감정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국내에 있다면, 대신해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상황도 더러 있겠지만, 해외에서 아이가 혼자 생활하면서는 오롯이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좀 더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일본에 가서 생활하기 위한 여러 일들을 하나씩 챙겨보며 아이는 몸소 체득했다. 내가 아이만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관공서의 일들은 이전처럼 엄마, 아빠를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인하고 본인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아이는 좀 더 유연하게 일하고 말도 부드럽게 한다. 한 학기가 지나자, 한 뼘 더 믿음직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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