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by 물빛

며칠 전 간단한 수술을 하는 바람에 글을 보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폰 화면에 어플마다 알림이 가득한 와중에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이 떴다. 벌써 작년 오늘의 일이구나. 큰 아이가 점심을 준비하기로 한 날이었다.


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점심 메뉴는 본인이 준비하기로 공언을 했고, 메뉴는 일본식 튀김덮밥 '텐동'이다. 전날 마트에 갔을 때, 가리비관자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길래 무엇을 해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텐동이 좋겠다 하여 결정한 것이었다. 닭가슴살과 닭다리살을 미리 녹여두었어야 하는데, 엄마가 냉동실에서 꺼내둘 줄 알았다기에 "재료준비부터 확인하는 게 요리 담당이 할 일이야."라 했더니 반박은 못하고 샐쭉해졌다. 그래도 군소리 않고 얼른 냉동실에서 고기부터 꺼내서 해동 준비를 하고, 밥에 넣을 조림간장소스부터 만들어서 식도록 놓아두었다.


아이는 우엉을 필러로 얇게 채치면서 이야기했다. 우엉향은 좋지만, 씹는 식감은 나지 않을 정도여야 적당하단다. 텐동전문점처럼 계란반숙튀김이 필수인데, 생전 처음으로 계란을 삶는다고 끓는 물에 퐁당 넣다가 계란 껍데기에 금이 갔다고 아우성이었다. 곧이어 워낙 짧은 순간 삶으니 다행히도 반숙으로 형체가 살아있다며 활짝 웃었다. 가지는 여러 요리 방법 중에서 튀김이 가장 맛있고, 단호박도 껍질째 얇게 썰어서 튀기는 것이 잘 익고 맛도 좋단다. 이 아이는 무엇을 하든지 정도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대충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할 때는 특히 준비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결과를 내는 데도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놀랍게도 모든 분야에서 다 그래왔다. 과학도, 요리도, 미술도, 일어도. 대신 결과물은 놀랍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아이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과학요리동아리를 결성해서 매주 집에서 요리를 하고 사진을 찍고 관련된 과학정보를 리포트했었다. 다양한 요리 방식을 섭렵했었지만, 본격적인 튀김요리는 처음이라 본인도 좀 긴장했나 보다. 그러나 약간의 긴장은 기대감과 설렘을 동반하는 법이지. 깨끗한 기름에 보슬보슬 튀겨낸 튀김들을 밥 위에 가지런히 얹고, 소스는 취향껏 덜어먹도록 따로 서브해 주었다.


와아! 맛있어!

행복한 얼굴로 맛있게 먹고 찬사를 더하자, 요리를 완료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이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 진다. 2월에 들어오면, 또 요리를 해달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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