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며 나 챙기기 02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서머싯 몸 소설을 좋아해서 내 닉네임을 somerset이라 적어두기도 했는데
창업 이후 3년 동안 소설을 딱 한 권 읽었다.
돈 내고 신청한 독서모임 덕분에.
소설을 읽지 못한 이유는 소설 읽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경영 서적 한권 더 읽는 게 옳다고 느꼈다.
미련한 절제였다.
사업은 혼자 달린다고 달리는 만큼 커지지 않는데 말이다.
경주마는 눈가리개 때문에 옆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기 레인만 보인다.
요즘은 여유를 되찾았고 하루하루가 즐거운데 이유가 있다.
마음 속에서 산을 그리기 때문이다.
한 번 비즈니스 모임에 나가
"창업가는 스스로 해결사라고 생각하는게 편하더라.
그러면 문제가 있는게 당연해진다.
왜냐면 내 직업이 해결사니까" 라고 했더니 오글거린다고 손발을 접으시더라
마음 속에서 산을 그린다는 건
나 자신을 해결사라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다.
말 그대로 내 상황 앞에 넘어야할 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가령 내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면
새로운 제품 출시라는 산
판매 채널 확장이라는 산
새로운 마케팅 시도라는 산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라는 산
새로운 브랜드 런칭이라는 산
5가지의 산이 있는 것이다.
각 산은 나의 경험과 자산에 따라 험준함이 다르다.
그래서 우선순위에 따라서 잘. 선택해야한다. 이번엔 무슨 산을 넘을 것인지.
산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넘을 것인지 전략을 짜야한다.
이 산은 동네 뒷산 정도니까
운동화 신고 나 혼자 가볍게 넘고
저 산은 둘레길인척하다가 갑자기 가팔라지는 종잡을 수 없는 산이니까
혹시 몰라 등산장비를 든든히 챙기고
저기 저 산은 그냥 처음부터 '나 험준해' 하는 산이니까
내 뒤를 봐줄 동료와 함께 등반한다.
전략을 짠다는 건 탄탄한 계획도 짜겠다는 것이다.
산을 넘고 나면 이제 또 다른 여러 산이 보인다.
우린 산악 국가에 살고 있다.
이제 다시 선택하고 전략을 짤 때이다.
어쩌다 긴 평지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때야 말로 다음 등반을 위해 장비를 점검하고
더 잘 등반하기 위해 산을 공부할 때이다.
그렇게 잘 선택하고 잘 넘다보면 엄홍길이 되어 있지 않을까.
각자의 산을 잘 넘길 바란다.
모든 레인에 경주마는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달리고자 하는 경주마에겐
눈가리개를 벗겨주면 오히려 1등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