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바람둥이’...사이코패스의 숨은 두 얼굴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행동,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 낮은 행동 통제력,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 기만 등과 같은 사이코패시(psychopathy) 성향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범죄자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교도소나 교정시설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어도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나름대로 사회에 잘 적응하는 유형도 있다. 한 예로 스티브 잡스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중 하나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맨발로 회사를 돌아다니고, 자신은 채식만 하기 때문에 씻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자신의 의견이 동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눈물을 보여서라도 기어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야만 일화 등을 종합해보면, 그의 자기중심성과 착취적인 성향, 피상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아파트에도 사이코패스가 산다고?
이밖에 성공한 CEO, 외과의사 등 보통 사람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침착함을 유지하는 이들 중에도 사이코패스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하거나 공포에 떨 만한 상황(예를 들면, 살인 현장을 목격하거나 위험 부담이 매우 큰 일을 추진해야 하거나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급한 상황에 개입해야하는 등)에서 극도의 침착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결혼 시장에서 사이코패스는 낙오자일까? 이거야 원 로맨틱 무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 여성들이 기피하는 대상 1순위이지 않을까 싶지만... 흥미롭게도 사이코패스 중에 ‘인기남’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도대체 사이코패스의 어떤 기질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인가?
매력적인 내 남친...혹시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성공한 사이코패스 부류를 보면 남성적 리더십을 적절히 발휘하여 중요한 의사결정과 판단을 소신 있게 해내는 모습이 그려진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보이며 언제나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 남성은 매력적인 여성 앞에서 주눅 들고 절절매며 맞춰주기 바쁘기 때문에 여성이 볼 때 오히려 듬직하지 못하고, 심지어 모자라보이기까지 하는 인상을 준다(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 서면 판단, 계획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마비되고 동공 지진이 일어난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반면, 사이코패스는 기저의 불안감이 낮기 때문에 허둥대거나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능숙하게 여성을 리드하거나 심지어 유머러스한 장난을 치기까지 하니 색다른 매력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지켜줄 만큼 ‘강한 남성’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듬직함’을 높게 쳐줄 것이다.
그럼 사이코패스한테 내 사랑을, 아니 운명을 걸어도 되는 걸까? 참으로 진지하게 다뤄야 할 이 주제에 대해서 지금부터 파헤쳐보자.
‘투자 사기’, ‘바람기’, ‘위험한 충동성’...사이코패스의 숨은 얼굴
사이코패스는 정신의학에서 설명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가깝다. 물론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받은 사람들 전부가 사이코패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편의상 이와 연결 지어 설명해보겠다(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의 구분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다뤄보겠다).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분류 및 진단 절차인 DSM-5에 의하면, 반사회적 성격장애 환자들은 청소년기에 품행 장애를 나타낸 병력이 있고, 무책임하고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하는 양상을 보인다. 즉, 도둑질이나 상습적인 거짓말, 학교 폭력, 무단결석, 권위자에 대한 심한 반항, 충동적이고 난잡한 성적인 행동, 기타 무절제한 습관 중에 일부가 10대 때부터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물론 이러한 행동이 나타났다고 모두 다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그렇다면 위에 열거된 증상들은 현실세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현란한 입담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사기 행각, ‘신뢰’ 없는 부부관계에서 비롯된 바람기, 생활력이라고는 1도 없는 허세 가득한 무책임한 가장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 : <DSM-5의 반사회성 성격장애 진단 기준>
DSM-5에선 청소년기에 품행장애를 보인 적 있는 15세 이상의 사람에게만 진단을 하도록 기준이 엄격히 정해져 있다.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A. 15세 이후에 시작되고 다음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 양상이 있으며, 다음 중 3가지 (또는 그 이상)를 충족한다.
-체포의 이유가 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과 같은 법적 행동에 관련된 사회적 규범에 맞추지 못함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함, 가명 사용,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음
-충동적이거나,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함
-신체적 싸움이나 폭력 등이 반복됨으로써 나타나는 불안정성 및 공격성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무모성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거나 혹은 당연히 해야 할 재정적 의무를 책임감 있게 다하지 못하는 것 등의 지속적인 무책임성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학대하거나 다른 사람 것을 훔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거나 이를 합리화하는 등 양심의 가책이 결여됨
B. 최소 18세 이상이어야 한다.
C. 15세 이전에 품행장애가 시작된 증거가 있다.
D. 반사회적 행동은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의 경과 중에만 발생되지는 않는다.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대인관계 패턴은 매우 다양하다. 누가 봐도 소름 끼칠 정도로 공감이나 죄책감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매우 뛰어난 언변과 타인에 대한 조종 능력(?)으로 상대의 심금을 울리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얻는 이들도 많다(바로 이 유형이 우리 이웃 중에도 있을 수 있는 사회적으로 그럴 듯해 보이는 사이코패스다). 상대를 감동시킬 만한 말들로 교묘하게 심리를 조종하고, 심리적으로 나약해 보이는 이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원초적 불안을 마구 헤집어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아니 복종하고 숭배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자가 뛰어난 언변에 괜찮은 외모를 갖춘...소위 말하는 ‘매력남’, ‘매력녀'라면? 법 테두리 망을 피하여 교묘하게 사기를 치는데 능숙할 것이고, 수많은 피해자 중 한 명이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에게는 ‘신뢰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인간적 결함이 있다. 화려한 언변으로 인하여 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은 있지만, 신뢰가 빠진 관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끄러운 허언과 허세뿐일 것이다. 입담과 매력, 강인함이라는 화려한 포장지에 이끌려 줏대없이 끌려가다가는 결국 소중한 물질과 관계, 심지어 영혼까지 탈탈 털릴 수 있으니 꼭 한 번 더 신중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