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 미술로 철학을 쉽게 사유하기
미술과 역사 등 인문학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철학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철학은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학문으로 볼 수 있지만 무언가 거리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주변 친구들과 철학 이야기를 꺼내본다면 머리가 아프다며 피하기 일쑤이다. 정확한 정답 자체가 없어서 일 수도 있고 설명 자체가 확실히 떨어지는 부분이 부족하여 모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은 사실 우리 주변에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너무 어려운 개념으로 접해왔기 때문에 우리들은 철학을 피하고 어려워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겉 표지에서도 소제목으로 -알고 보면 가깝고, 가까울수록 즐거워지는 그림 속 철학 이야기-라는 문장이 있다. 알고 보면 가까이 있는 철학, 그 철학을 미술과 연관 지어서 설명하고 있는 책이 바로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이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 보면서 개인적으로 나와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작가 또한 미술관을 접하면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렇게 자연스레 드나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많은 미술작품을 보면서 즐거움을 알고 배우고 느끼고 하는 일렬의 과정을 거쳐왔는데 작가는 미술에 철학이라는 또 다른 소스를 넣어 이번 책을 정리하게 되었다.
작가가 말하기를 철학과 미술 둘 다 정답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른 건 철학은 긴 글과 모호한 개념으로 확실한 정답이 떨어지지 않아 어려워 보이는 것이고 미술은 그림으로 한 번에 들어오기 때문에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요즘처럼 책을 보거나 글을 읽는 것보다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으로 더 쉽게 습득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그리하여 미술과 철학을 연결하여 좀 더 일상적으로 쉽게 풀어낸 책으로 볼 수 있다.
책 전체적인 내용 자체도 재미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첫 목차에서 나온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긴 했다. 천지창조 그림을 한번 해석해 보며 종교적인 관점과 연결 지어서 설명하는 부분이었는데 무신론자인 사람으로서 철학적 해석 부분이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실제로 철학자들은 무신론자이거나 무신론자로 알려져 의혹을 받거나 하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도 있었고 홉스라는 인물은 종교와 미신의 차이는 다수가 믿느냐 아니냐라는 아주 거친 해석을 뱉어내기도 한다. 종교라는 건 그 사회가 가진 권위 도덕 등 시스템 그 자체이기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사회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데 이를 무릅쓰고 직접적인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는 것이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yes라고 외칠 때 no라고 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달까?
게다가 가치 전복에 대한 이야기도 쉽게 설명해서 풀어주는데 정신승리라는 한마디로 표현하니 모든 개념이 한꺼번에 설명이 되면서 철학의 내용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첫 목차의 내용부터 가장 말하기 껄끄러운 주제를 대놓고 적나라하게 표현 함에 재미있었고, 또한 이를 뒷받침해 주는 여러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철학을 익히게 되는 게 매력 있다.
책에서 재미있던 점은 작가의 필력이다. 작가는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간중간 아주 재치 있는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주석/각주를 활용해서 글을 쓰면서 드는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적은 것 같은데 이게 은근히 웃기다. 약간 지루하다 생각이 든다면 한 번씩 개그 요소가 나온다고나 할까, 심지어 국중의 국은 BTS 정국이라는 드립까지 나온다니... 철학 책이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괴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글을 읽는 데 있어 지루할 틈 없이 내용이 머릿속으로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기분이 들어서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진다.
또한 책 자체가 2021년에 만들어져서 그런지 최신 트렌드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을 할 수 있는 주제들이 많이 등장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결국 우리에게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메시지를 던져 놓으면서도 무겁지 않게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 또한 유쾌하다.
사실 책 자체의 주제 자체는 무겁다. 예를 들면 태피스트리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어느 순간 일하는 아이들로 이어져 사회 문제까지 끄집어낸다. 과거부터 변하지 않은 것, 그리고 변해야 하는 것에 대해 흐름을 자연스럽게 도출 시키게 되면서 내가 그냥 보아왔던 것에 하나하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고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 했던 사유하는 힘을 튼튼하게 만들어가는 기분이다. 생각의 힘으로 자아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던데,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어떤 철학을 통해 나를 튼튼하게 만들 것인지 흘러가는 사람이 아니라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조금 느끼게 된다.
아무튼, 나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고 그림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지니 미술에 관심이 생겼다. 미술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역사, 인문학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이를 넘어 철학까지 진출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 설명했지만 철학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선 조금은 달라졌다. 철학이라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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