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끝맘이라는 훈장: 수고했어 우리 모두

화려한 파티의 이면, 한 여자의 집요한 고군분투

by 윤슬

육아의 세계에는 ‘돌끝맘’이라는 기묘한 칭호가 있다.


돌잔치를 끝낸 엄마를 일컫는 이 말은, 마치 거대한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승전 용사에게 주어지는 훈장과도 같다.


돌잔치를 치르기 전까지는 그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아이와 웃는 사진 한 장을 남기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 ‘한 장’을 위해 필요한 배경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양가 가족들만 모시는 소규모 돌잔치였음에도 준비할 것은 산더미였다.

양가 어른들의 스케줄을 조율하는 것부터 시작해, 그날에 딱 맞춘 예약 가능한 식당을 수소문하고, 텅 빈 공간을 채워줄 돌상 업체를 컨택했다. 아이의 지난 1년을 증명할 사진을 수만 장의 갤러리 속에서 골라내고, 가족들의 의상을 대여하고, 찰나의 순간을 기록해 줄 스냅 작가를 섭외하는 일까지. 리스트를 나열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 같았다.


문제는 이 모든 프로젝트의 총괄 주최자가 오롯이 ‘나’여야 했다는 점이다. 꼼꼼한 성격 탓에 내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기도 했지만, 맘카페의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검증된 조언을 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이가 나라는 점이 더 컸다.


남편의 말이 백번 맞으면서도, 한편으론 지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밤에는 돌잔치 플래너가 되어 모니터를 불태워야 하는 일상은 '완벽'이라는 단어에 짓눌려 있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때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대망의 돌잔치 당일. 다행히 아이는 컨디션을 잘 따라와 주었고,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가장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잔치, 비로소 나는 ‘돌끝맘’이라는 훈장을 가슴에 달 수 있었다.


​양가 어른들을 배웅하고, 긴장이 풀려 곯아떨어진 아이를 조심스레 재운 뒤에야 비로소 정적이 찾아왔다. 남편과 마주 앉아 차린 소박한 야식 상.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우리가 가장 많이 나눈 대화는 결국 서로를 향한, 그리고 아이를 향한 ‘수고’였다.


​“수고했어 우리 모두. 우리는 키우느라, 그리고 우리 아기들은 건강하게 잘 크느라.”


준비 과정의 고단함과 육아의 서러움이 그 한마디에 녹아내렸다. 우리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젖병을 삶고 기저귀를 갈 때, 아이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뒤집고, 앉고, 일어서며 자라나고 있었다. 결국 이 돌잔치는 아이가 무사히 1년을 살아내 주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의식이었음을, 휴대폰 속 사진 앨범을 넘겨보며 새삼 깨달았다. 사진 속 아이는 눈부시게 예뻤고, 그 곁의 우리는 조금 초췌했지만 분명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같이 또 수고해보자!”


​맥주 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우리는 다음 페이지를 약속했다. 돌잔치는 끝났지만 육아라는 긴 여정은 이제 겨우 1막을 내렸을 뿐이다.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수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오늘 밤만큼은 앨범 속 아이의 웃음을 안주 삼아 안도하고 싶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그 결과로 오늘 이 밤, 평온하게 마주 앉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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