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추운 겨울
오랜만에 서점에 식물들을 돌봐 주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마음이 내려앉을 곳을 다시 찾느라 두 달가량 힘이 든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와 현실에 안착하려면 여행기간의 두 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들은 간신히 살아만 있었다. 추위와 무관심에 생기를 잃은 지 한참 지난 것 같았다. 마치 지난 두 달간 내 모습 같았다.
추위에 살짝 얼어버린 잎들을 잘라주고 물을 듬뿍 주었다. 영양제를 주고 춥지 않게 자리도 옮겨 주었다.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이 꼭 이런 것 같았다. 방치와 케어를 오가며 돌보는 방식.
'니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이 마음에 떠오르는데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만큼 키우는 것도 어디냐. 힘들어도 책임지고 키우고 있잖아. 처음보다 지금 많이 컸잖아.'
어디선가 외롭고 힘들 땐 엄마가 나를 돌보듯 자신을 돌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엄마는 내게 어떻게 했을까? 엄마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리 엄만 그냥 내버려 두었을 텐데...
단단하지 못한 뿌리를 가진 나를 이만큼 키운 게 어딘지. 스스로 쓰담쓰담해야지 마음먹었다.
서점의 존폐에 대한 고민은 매일 끝도 없다. 그러면서도 3월부턴 무인서점으로 운영을 하려고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뒤 돌아 설 때는 아니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느슨한 성실함으로 오늘 할 일을 한다.
이 공간의 존폐가 나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니다. 이 공간이 폐한다 해도 내 인생은 계속 존재할 테니.
비실거려도 결국엔 살아남지 않겠나. 꾸역꾸역, 느슨하고 성실하게, 나로서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