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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하는 말

by 주혜나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며 살아간다.

그 말들은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언제나 마음에서 먼저 준비되어 나온다. 입으로 내뱉는 말은 종종 앞뒤가 맞지 않고, 스스로조차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말을 글로 옮겨 적으면 달라진다. 내 마음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눈으로 보고서 알 수 있게 된다. 차마 아직 세상에 꺼내지 못한 말이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문장은 마음에 담긴 것을 가시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말이 마음에서 나오듯,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데 있어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아는 것이다. 아무리 근사한 문장이라도 마음이 허락하지 않으면 써지지 않는다. 어설프고 서툴러도 내 마음에서 나오는 문장이라면 다른 마음도 울릴 수 있다.


나는 종종 내 마음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본다. 혼잣말처럼 마음을 스쳐 지나가는 말들을 종이에 적어본다. 그러면 시시때때로 다채로운 감정들이 떠오른다. 두려움일 때도 있고, 오래 묻어둔 상처일 때도 있다. 혹은 잊고 지낸 감사와 작은 행복일 수도 있다. 그 말들을 무시하지 않고 바라본다. 그리고 문장을 읽으며 생각한다.

‘아하. 맞아. 내 마음은 사실 이랬구나.’

그 순간 마음은 다시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넨다.

‘이제 그만해도 돼.’

‘너는 그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조금 더 기다려보자.’

그럴 때면 마음이 나를 위로하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머리는 언제나 문제를 만나면 내 탓을 한다.

‘나 때문이야.’

‘난 왜 이 모양일까?’

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마음은 늘 내 편이다. 나를 다독이고, 이해하고, 용기를 준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자신만의 문장을 품고 산다.

글로 꺼내 놓지 않으면 영원히 묻혀버릴지도 모르는 그 문장들은 쓰는 행위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늦을수록 꺼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화려한 글쓰기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서 나왔는지, 내 마음에 먼저 닿았는지이다. 내 마음에 가닿은 글은 언젠가 같은 모양의 상처를 가진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을 것이다.


내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마음에 묻힌 말을 조금씩 꺼내 적어 본다.


글쓰기 Tip

조용한 곳에서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말에 귀 기울여 보며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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