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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나 Aug 10. 2023

객관적 초고 완성 비법

아이의 방학 중 글쓰기


"엄마. 나 패드 다 봤어요. 이제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요?"


아이가 방에 뛰어 들어온다. 나는 흐르던 눈물을 서둘러 닦는다. 할머니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에 관한 글을 처음 쓰는데 할머니가 생각나서 계속 눈물이 났다. 아까부터 울다 멈추기를 몇 번째 하는지 모르겠다.


중학생이 된 첫째와 5학년 둘째도 여전히 분위기 파악이 잘 안 되는데 여덟 살 막내는 말해 무엇할까.


"어 이거 내 이야기네!"


 아이는 자기가 내뱉은 말을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치고 있는 엄마의 글을 실시간으로 읽고 있다.


"엄마 글 쓸 때는 함부로 옆에 와서 읽지 말지!"

"히히. 미안!"


녀석은 다시 거실로 총총 뛰어 나간다. 몇 번이나 말해도 도통 새겨듣지를 않는다.


 "심심해."

 "다했어."

 "이제 뭐 해?"

 "배고파."  

 "맛있는 거 없어?"

 "이거 봐봐."

 "이리 와봐."

 "놀아줘."


 아..

 나는 이 와중에종종 눈물을 띄우며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면서 쓰다가 서둘러 닦고 눈 맞추기를 반복하며. 


"엄마방 들어오기 전에 먼저 허락받고 들어와!"


엄포를 놓았더니 방문 앞에 서서 수십 번을 부른다.


"엄마 들어가도 돼요?"

"엄마 꼭 할 말이 있어요."

"엄마 주스 먹어도 돼요?"

"엄마 패드 더 봐도 돼요?"

"엄마 똥 마려워요."


하...

엄포 때문에 달라진 것은 말이 좀 더 길어지고 태도가 약간 공손해졌다는 것뿐이다.


오후 내내 이렇게 씨름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은 퇴근하는 남편에게 메인 메뉴를 포장해 오라고 부탁해야겠다. 그래도 밥은 해야지. 내가 정한 퇴근시간, 노트북을 닫을 시간다.


한 몸만 먹고살면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이 간절지만 지금 생각에 발목 잡혔다간 저녁 일과가  몽땅 꼬여 버릴게 뻔하다. 엉덩이 떼고 일어나 밥을 해야지.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와 함께하는 하루하루.


덕분에 객관적인 초고가 완성되고 있다고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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