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판단
부자들의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돈, 즉 현금이 아닙니다. 그들의 자산에서는 부동산과 주식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계적인 사업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은 주식의 비중이 높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은 부동산의 비중이 많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자기 집 한 채는 안정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으로 여기는 데다가 다른 나라보다 땅에 대한 소유 의식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집이 하나가 있으면 하나 더, 아니면 더 좋은 하나로 바꾸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내부 구조가 많이 다를까요? 아무리 비싼 아파트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아파트의 국민 평수라는 32평이면 방 3개, 화장실 2개입니다. 부자라고 32평에 방을 5개, 화장실을 3~4개 넣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차이 나는 이유는 바로 위치 때문입니다. 집 크기가 두 배라고 해서 가격이 두 배로 비싸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위치에 따라서는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더 좋은 하나로 바꾼다는 뜻은 크기가 아니라 바로 살고 있는 집의 위치를 바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자 따라가기를 하며 목표로 하는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가보았습니다. 좋은 교통 환경과 다양한 편의시설은 물론,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둘러보면 주변에 모두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불편할 부분이 없으니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햇님도 같이 보러 왔습니다. 햇님의 마음에 드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으로 이곳에 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워 보았습니다. 이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을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은 아파트는 미래의 상승 가격을 예측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구입하는 것이 기본적인 투자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1년 전, 사진 속의 이 아파트는 34평이 아닌 25평이 약 26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전 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었지요. 게다가 부동산은 마트의 물건과 달리 단순히 호가(매도인이 부르는 가격)만으로 구입할 수 없습니다. 취득세, 부동산 중개 수수료(복비) 등 집값이 높을수록 부대비용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실제로 지출해야 할 돈은 훨씬 더 많아집니다. 취득세만 해도 대략 7천만 원은 넘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어찌어찌 이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해도 어떤 방법으로 샀는지 아파트를 구입한 자금의 출처를 소명하라고 100퍼센트 연락이 올 겁니다. 역량이 안 되니 세세하게 파고들 것이 뻔합니다. 리스크가 큽니다. 제가 가진 자산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대부분은 빌려야 하며, 그에 따른 이자 부담 또한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2024년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차분히 다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좋은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빌려야 하고, 이자 부담에 허덕여야 합니다. 2024년 7월 한 달 동안, 제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뿐이었습니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었지만 저는 이를 허황되다 생각지 않고 한동안 진지하게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결국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리스크를 포기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고민을 마무리했습니다.
1년 후, 지금 거래된 가격은 32억 원입니다. '6억'이라는 금액에 저는 '온갖 무리를 해서라도 샀어야 했다'며 이불킥을 하다가도, 결국 오른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오르건 오르지 않았건 엄청난 이자에 허덕이는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기에 안 산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위로도 하다 지냅니다. 부동산 투자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그때 리스크를 감당 가능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확신을 갖고, 사는 리스크를 감당했다면 저는 자산이 늘었을 것입니다. 동시에 하우스푸어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어려운 선택입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다른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리스크를 감당해야 자산을 늘리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다다랐지만 그때의 저는 더 다양하게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