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에 벌벌 떨며 매수 버튼을 눌렀다

모르면 새가슴

by 파이프라인

“아들아, 보증, 보험, 주식, 이 세 가지만큼은 절대 하지 마라.”


아버지는 제가 성인이 되자마자 이 조언을 단단히 강조하셨습니다. 아버지 주변에서 겪거나 들은, 그리고 저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누군가의 실패담을 많이 들으셨던 모양입니다. 보증을 섰다가 보증금액을 책임지게 된 사람, 잘 알지도 못하는 보험에 들어서 돈만 보험회사에 내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사람, 주식 투자로 집안 살림을 몽땅 날린 사람 등 제가 모르는 건너 건너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아예 그 단어들을 모르는 사람처럼 멀리 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는 데에만 전념했습니다.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2024년 초, 열심히 부동산에 대해 공부를 하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접근을 했지만 아쉽게도 절호의 기회가 사라지고 맙니다. 그때 너무 큰 아쉬움과 허탈함으로 인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사이 다른 부동산 가격이 상승을 시작했고 저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잠시 미루어 두고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테크 방법이 부동산과 주식이니 아무리 아버지가 오래전 이야기하신 부분이라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주식에 대한 접근은 쉬어 보이면서도 어려웠습니다. 생각보다 제 주변에는 주식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주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었고 주식을 하면 손해 본다는 말을 할 뿐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아무래도 돈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면 돈 자랑하는 모습으로 보일까 염려되고 손해를 보았다고 하면 굳이 못하는 것을 말하기 창피하며, 혹여 이야기 중에 종목을 추천했다가 손해 보면 자신의 책임처럼 여겨져 원망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일 년 전 주식에 대한 지식이라곤 '워런버핏이 주식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정도로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제 지식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일단 책을 읽었습니다. 보이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마다 하는 말이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당시 1등 주식인 애플 주식을 사라고 하고, 누군가는 지수 추종 ETF를 추천했습니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이 아는 분야부터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여러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일단 시작하자’였습니다. 미루다 보면 하기가 싫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도, 독서도, 글쓰기도 모두 싫어하지는 않지만 잠깐 쉬는 기간을 가지면 귀찮아져서 한참 후에야 다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 한 번 내딛는 발걸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에 '지금'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순간 바로 시작했습니다.


주식 계좌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신분증 인증하고 단 몇 분만에 주식 계좌가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첫 번째 난관은 ‘무엇을 살 것인가’였습니다. 1등 주식, 지수를 따라가는 주식,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의 주식... 여러 책에서 초보일 때는 먼저 미국 지수를 따라가는 주식부터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미국 지수를 따라가는 주식은 ‘SPY’가 유명한 것 같아 이것을 먼저 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두 번째 난관은 투자 금액이었습니다. '한 달에 남은 돈을 한 번에 넣을까, 아니면 매일 커피값을 조금씩 투자할까?' 주식 종목까지 정하고도 쉽사리 금액을 정하지 못해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반복했습니다. 많은 돈이 아님에도 꾸준히 모으는 것이 좋다는 말 때문에 얼마씩 모으면 좋을까를 오래 고민했습니다. 미국 주식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밤에 체결되기 때문에 낮에는 입력해 놓아도 미국 주식 시장 시작 전까지는 수정이 가능한데 알지 못하니 겁을 먹고 계속 매수 버튼을 못 누르고 숫자 입력 화면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민 끝에 결정한 금액은 매일 2,000원, 과자 한 봉지 값. 이 사소한 숫자를 결정하는데 왜 그리 오래 시간이 걸렸는지... 매수 버튼을 누를 때의 두근거림과 바로 체결되지 않아 느껴진 어이없음,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고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숙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은데,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닌데, 고작 2000원에 뭘 그리 많은 고민을 했는지... 결국, 투자는 '시작'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무언가에 뛰어드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조심스러운 첫걸음이 쌓여 성장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저는 아버지의 조언과 제 선택 사이에서 조금씩 저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작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그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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