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Ara Oct 05. 2015

반려견을 직접 미용시킨다는 것

똥멍이 빈이 셀프 미용기

사람도 강아지도 돈을 들이고 가꾸기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빈이를 보며 절실히 느끼곤 한다. 미용이 없어도 빈이는 푸들 치고 굉장히 예쁜 편인데(적어도 팔불출 엄마의 눈에는) 미용을 하고 오면 "아니 이게 누구야, 정말 빈이니?" 소리가 나올 만큼, 끌어안고 연달아 뽀뽀를 할 만큼 예뻐진다. 다만 전신 미용을 하면 45,000원, 한 달 반에서 두 달에 한 번은 미용을 해야 하는데 가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항상 테디베어컷을 하다 보니 조금만 놔둘라치면 털이 눈을 가려서 빈이도 많이 불편해 보이니 비용이 부담돼도 자꾸 미용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솔직히 말해 애견미용은 견주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찌르는 털을 잘라주고 미끄러지지 않게 발바닥의 털도 밀어주고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좀 더 예뻐 보이기 위해"라는 게 대다수의 마음 아닐까. 그런데 목욕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강아지가 많은데 1~2시간의 미용을 받으면 오죽하겠나. 빈이도 미용하고 온 날은 축 늘어져 있기도 하고 가끔은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도 했다. 빈이는 순해서 그래도 미용을 잘 받는 편이지만, 심한 아이들은 미용사도 강아지도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집에서 직접 미용을 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주인이랑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는단다. 나는 불순하지만, 이런 목적보다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셀프 미용을 시작하게 됐다.



미용 준비하기

셀프 미용을 할 때, 강아지를 높은 곳에 올려두면 높이 때문에 움직임이 덜하다고 한다. 첫 미용 때는 높은 곳이 아일랜드 식탁 밖에 생각나지 않아 거기서 시도했는데, 주방이며 거실에 온통 털이 날리고 빈이가 아직 어려서인지 도통 가만있질 못해서 서로 고생이었다. 그렇게 셀프 미용을 포기했었는데 10만 원 가까이 주고 산 애견미용기도 아깝고, 분당엔 예쁘게 하는 미용샵을 찾기 힘들어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다른 집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복도 대신 현관에서 하기로 하고 현관 방충망을 쳤다. 털이 방안에 날리지 않도록 선풍기 바람을 현관 쪽으로 쐬어 털을 날리고 캠핑 테이블 높이를 높여 간이 미용테이블을 만들었다. 빈이는 목욕시킨 후에 빗으로 털을 곱게 빗어주고, 충전해둔 미용기와 미용가위를 준비하면 끝!



Before 사진

그동안 두 번의 셀프 미용을 했는데 얼굴 쪽은 차마 건드리기 힘들어서 약간 다듬어주기만 했더니 몸에 비해 머리는 상당히 부해 보이고, 털이 자라 눈을 덮기 시작했다. 1.5mm로 바짝 깎았던 몸통도 3mm 이상 자란  듯. 정리를 해줄 시점이다. 내가 미용을 다듬는 수준으로만 해서 그런가 미용 주기가 3주마다 돌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얼굴 쪽도 손을 많이 대보기로 마음 먹었다.



1시간 30분의 미용이 끝나고

아련아련하다(사실은 많이 지쳤다)

예전의 기억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미용하기 싫어 몸부림치는 빈이를 하나는 붙들고 하나는 미용기를 들이대던 기억;) 셀프 미용을 다시 하면서 빈이에게 많이 고마웠던 게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 미동도 않더라는 것이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내가 미용에 능숙해 편해서가 아니라 나 힘들까봐 배려해주는 것 같은 기분? 이만큼 의젓해졌나 싶기도 하고. 미용기로 몸의 털을 쭉쭉 밀고 있는데도 가만히 기다려주는 착한 빈이. 어설픈 가위질로 얼굴과 머리털을 정리하는 동안에는 샤샥-하는 가위소리가 무서울 법도 한데, 오히려 스르륵 눈을 감고 견디는 모습이 참 고맙고 대견했다. 정말 순둥순둥 너무 착한 우리 아가!


몸이랑 다리를 가위로 다듬어야 해서 이번 미용은 평소보다도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1시간 30분을  넘긴 터라 나도 빈이도 많이 지쳤다. 미용이 끝나고 빈이가 방석에 누운 모습이 얼마나 짠하던지. 엄청 어설펐지만, 그래도 전보다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꽤 털이 짧게 다듬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

내가 빈이를 직접 미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비용을 줄였다는 것보다 뭔가 또 하나의 교감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 든단 것이다. 어설픈 내 기술 탓에 어쩌면 빈이는 더 고생일지 모르지만, 나를 믿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빈이를 보며 뿌듯함과 사랑스러움 등 여러 가지 기분을 느꼈다. 아마 빈이도 집에서 하는 미용이, 조금은 더 편하지 않을까? 얼른 스킬이 늘어서 빈이도 더 예뻐지고 편안해져야 할 텐데. 만약 반려견을 키우고 있고, 대형견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일인 것 같다 :)

작가의 이전글 판교라이프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